132일째 비어있는 헌재소장…"재판 받을 권리 침해"

"정치적 거래로 헌재소장 임명 지연 안돼…부적격이라면 빨리 다른후보 임명해야"

이태성 기자 2017.06.13 14:21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132일째 비어있다. 김이수 헌재 재판관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후임으로 지명됐지만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기약이 없다. 법조계에선 헌재소장 공백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소장 자리는 지난 1월31일 박 전 소장이 물러난 뒤 줄곧 공석이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재판관도 3월13일 퇴임했다. 

헌재는 대법원과 더불어 사법부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헌재소장은 이를 총괄하는 자리다. 헌재소장은 국가 의전서열 4위로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다음이다.

헌재소장 공백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헌재의 재판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헌재의 연구관 10여명이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 투입돼 일하고 있다. 이는 사건 처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헌재에는 해마다 2000건에 다다르는 사건이 몰려든다. 한번 일이 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김 후보자가 낙마하게 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또 다른 소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청문회를 준비할 경우 헌재소장 공백 상태는 더욱 길어진다. 

비록 소수의견이었지만 헌재 재판관의 장기간 공석사태에 대해 헌재에서 위헌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다. 2011년 조대현 전 헌재 재판관 퇴임 이후 국회가 후임 재판관을 선출하지 않자 한 법조인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헌법소원을 낸다. 이에 4명의 헌재 재판관은 "심리 및 결정에 9인 전원의 견해가 모두 반영되는 것이 아니게 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정치권의 카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함께 엮여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임명 여부가 좌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헌재소장의 경우 국민의 권리와 직결되는 자리인데, 이처럼 정치와 엮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김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결론이 섰다면 빠르게 다른 후보자를 청문회에 올려 소장 자리를 메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헌재소장 후보자가 낙마한 건 2006년 전효숙 전 재판관과 2013년 이동흡 전 재판관 등 2차례가 있다. 전 전 재판관은 청와대가 임기 문제로 퇴임 후 소장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헌법재판관 중 소장을 임명한다'는 헌법을 위배했다는 지적에 지명이 철회됐다. 이 전 재판관은 특정업무경비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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