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했는데 무죄? 대법원 "재판 다시하라"

대법 "반드시 혈중알콜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6.25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1·2심에서 측정된 혈중알콜농도가 처벌기준치를 넘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50대 택시 운전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음주운전을 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반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 합의부로 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반씨는 1심과 항소심에선 각각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씨는 2014년 5월10일 울산 중구에서 밤 9시쯤까지 술을 마신 뒤 택시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약 45분 후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97%로 측정됐다. 이는 처벌 기준치인 0.05%를 크게 넘는 수치다.


당시 반씨는 혀가 꼬이고, 약간 비틀거리며 걸었으며 혈색은 약간 붉었다. 반씨는 경찰에서 당일 고향 선배 1명과 막걸리 반병을 마신 후 택시를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음주운전이 분명했지만 처벌을 하려니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대개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만약 사고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술을 마친 직후에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이므로 운전 시점은 혈중알콜농도 상승기의 초입에 해당, 운전 당시의 혈중알콜농도는 그로부터 약 45분 후에 측정된 0.097% 보다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면서 “사고의 경위나 내용, 사고장소의 공간적 협소함 등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운전이나 측정 당시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반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2년 이상 지났고 개인택시운송사업을 하는 숙련된 운전자인데도 좌회전하던 중 주차된 피해 차량을 충격했다면 이는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봤다.

또 대법원은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