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했는데 무죄? 대법원 "재판 다시하라"
대법 "반드시 혈중알콜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1·2심에서 측정된 혈중알콜농도가 처벌기준치를 넘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50대 택시 운전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음주운전을 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반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 합의부로 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반씨는 1심과 항소심에선 각각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씨는 2014년 5월10일 울산 중구에서 밤 9시쯤까지 술을 마신 뒤 택시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약 45분 후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97%로 측정됐다. 이는 처벌 기준치인 0.05%를 크게 넘는 수치다.
당시 반씨는 혀가 꼬이고, 약간 비틀거리며 걸었으며 혈색은 약간 붉었다. 반씨는 경찰에서 당일 고향 선배 1명과 막걸리 반병을 마신 후 택시를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음주운전이 분명했지만 처벌을 하려니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대개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만약 사고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술을 마친 직후에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이므로 운전 시점은 혈중알콜농도 상승기의 초입에 해당, 운전 당시의 혈중알콜농도는 그로부터 약 45분 후에 측정된 0.097% 보다는 상당히 낮을 것”이라면서 “사고의 경위나 내용, 사고장소의 공간적 협소함 등을 보면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운전이나 측정 당시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반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2년 이상 지났고 개인택시운송사업을 하는 숙련된 운전자인데도 좌회전하던 중 주차된 피해 차량을 충격했다면 이는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라고 봤다.
또 대법원은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의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법을 읽어주는 친절한 도우미’ THE 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