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법관회의 상설화···재조사는 불가"

(종합) 대법원 "헌정 사상 일선판사 사법행정 참여는 처음" vs 법관회의 "억지로 내놓은 약속"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7.06.28 18:13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뉴스1

'사법부 내홍' 속에 침묵을 이어오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요구한 법관회의 상설화를 전격 수용했다. 그러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조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대법원장은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등에 대한 대법원장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및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법관회의 의결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향후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법관들의 의사가 충실히 수렴·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법관회의를 상설화하자는 결의를 적극 수용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그동안 법관사회 내부에 법관인사를 비롯한 사법행정 전반에 관해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이번과 같은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법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구성, 역할 및 기능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법관회의가 현 사태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선 거부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구성된 조사기구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자율적인 조사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면 비록 그 결과에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에 대해 다시 조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충분하고도 구체적인 법적·사실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제껏 각종 비위 혐의나 위법사실 등 어떤 잘못이 드러난 경우조차도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그의 동의 없이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자료의 생성이나 보관에 관여한 사람들의 동의 없이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조사한다면 그 자체로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관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관여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을 문책하고 사법행정 업무에서 배제할 것 등을 요구한 데 대해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행사에 관여한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 등 조치를 취할 것과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며 "조만간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는 법원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로 불신과 논란에 휩싸여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까지 깊은 심려를 끼치고 있다"며 "이번 일이 사법행정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최종 책임자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정 사상 일선판사들을 사법행정에 참여시키는 통로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며 "개혁과 관련한 모든 사항들을 법관회의에 이양하겠다는 전향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법관회의의 요구사항 3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가 거부됐다는 점에서다. 법관회의에 참여한 한 판사는 "양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를 수용한 것도 국회 등의 사법개혁 논의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내부수습을 위해 억지로 내놓은 약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의 부분적 요구 수용에 따라 앞으로 법관회의가 종전과 같은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전국 판사 100명은 지난 19일 법관회의를 개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위한 권한 위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실무 담당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 △대법원장의 명확한 입장 및 문책 계획 표명 △법관회의 상설화 및 제도화 등의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작성해 대법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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