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가 청소년을 법정에 세웠다?

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

김광민 변호사(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2017.07.02 06:22
임종철 디자이너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알파고는 바둑 실력이 워낙 탁월해 센돌(強乭), 마왕(魔王)이라 불렸던 이세돌 9단을 4:1로 꺾어 경악을 불러일으킨지 1년을 조금 넘겨 세계 랭킹 1위로 이세돌 보다 우위로 알려진 중국의 커제를 3:0으로 제압했다. 세계 1위 기사를 손 써볼 방법도 없이 꺾은 알파고는 더 이상 바둑에서 이룰 업적이 없다는 듯 은퇴를 선언했다.

자동차에 적용된 인공지능(AI)는 아직 시험 단계지만 운전대도 없는 자동차가 도시를 누비게 만들었다. 애플, 구글, 아마존은 각각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비서는 주인과 말벗을 해주기도,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답변을 해주기도 할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드 '전격 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실제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제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성장이 아닌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 그런데 사회는 앞서가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듯하다. 더딘 사회의 발전과 앞서가는 기술 사이에서 다양한 잡음들이 발생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과 스크린을 통해 사각지대 없이 차량의 좌우를 살필 수 있음에도 법률은 차량의 사이드 미러 장착을 고집하고 있다. 때문에 공기마찰을 불러일으켜 10% 가량의 에너지 손실을 야기하고 사각지대로 인해 잦은 사고를 유발하는 사이드 미러는 아직도 자동차의 양 옆에 달려있어야 한다. 몇몇 무인자동차 시스템은 인간보다 사고율이 훨씬 적은데도 법률은 운전대 앞에 사람이 앉아있을 것을 강요해 무인자동차는 실험용으로만 도로를 누빌 수 있다.

사회제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발전은 IT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설립 10년도 되지 않은 우버는 자동차의 개념을 바꿔버렸다. 공유경제를 천명한 우버가 소유물이라 여겨졌던 자동차를 공유물로 바꿔버린 것이다. 한국에도 우버와 유사한 자동차 공유 시스템이 속속 들어섰다. 쏘카와 나눔카는 대표적인 자동차 공유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시간만큼 공유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 렌터카와 같이 하루 단위로 사용해야 하는 것도, 빌리는 절차가 복잡한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에 어플만 설치하면 끝이다.

그런데 자동차 공유시스템도 어김없이 사회제도와 마찰을 빚어냈다. 하지만 이번 마찰은 좀 심각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법정에 서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공유경제의 핵심 중 하나는 접근의 편리성이다. 접근 자체가 불편하면 아무리 훌륭한 가치라고 해도 공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1시간을 쓰고 싶어도 하루를 빌려야 하고 영업장을 방문하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상태를 확인한 후 인수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 렌트카가 공유경제일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자동차 공유 시스템은 접근의 편리성을 추구한다. 스마트폰 어플을 설치하고 신용카드와 운전면허를 등록하기만 하면 언제든 가까운 곳에서 자동차를 빌려 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청소년, 특히 남자 청소년들의 로망 중 하나는 운전이다. 만 18세가 되어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운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 공유 시스템은 부모님이 잠든 사이 운전면허와 신용카드를 어플에 등록하기만 하면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술발전에 인색하기만 했던 사회제도는 어찌된 일인지 자동차 공유 시스템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어플 만으로 본인확인 절차도 없이 자동차를 빌리는데 아무런 법적 제한도 두지 않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동차 공유 시스템은 마음 것 운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단으로 알려졌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동차를 빌렸다.

하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그렇기에 운전연수도 받지 않은 청소년들의 자동차 운전은 필연적으로 사고를 불러왔다. 곳곳에서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법정에 서야 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공유 시스템 회사들은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고 다시 보험사는 청소년과 보호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만약 자차에서 끝나지 않고 대인이나 대물 사고가 발생한다면 구상금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구상금이 몇 천만 원이 훌쩍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공유경제는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반드시 한 대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던 자동차가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제도는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공유경제 시스템에서 청소년들만 배제될 이유는 없다. 운동신경이 충분히 발달한 청소년들에게 운전면허 응시 자격 자체를 주지 않을 이유 역시 없다.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제도는 요지부동이다. 운전면허 취득 연령을 낮추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청소년들의 운전이 정 불안하면 연령에 따라 연수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거 자동차는 수동기어였다. 클러치와 엑셀레이터 간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엔진이 꺼지기 십상이었다. 멈춰 설 때도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같이 밟아야 했다. 어느 날 자동변속기어가 나오고 난 뒤에는 클러치는 추억의 페달이 되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나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춘다. 언제 부터인가는 후방카메라가 등장하고 더 이상 오른 쪽 팔을 조수석에 걸치고 고개를 뒤로 저친 다음 왼 손으로 핸들링을 하며 후진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저 게임하듯 모니터를 보면서 후진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운전면허 취득 연령은 수동기어일 때나 후방카메라가 등장한 지금이나 여전히 만 18세다.

청소년들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진정 못 미덥다면 자동차 공유 시스템에서 청소년을 철저히 배제해 버려야 할 것이다. 철저한 본인확인 절차를 도입하면 된다. IT 강국이라는 한국이 스마트폰 어플 실행 시 본인확인 절차를 도입하지 못 할리는 만무하다. 기술의 발전에 그토록 인색했던 사회제도가 수많은 청소년들이 무면허 운전으로 법정에서 서고 보험회사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구상금을 청구당하는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보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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