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 잊혀지는 김이수, 방치되는 헌재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7.08 06:01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뉴스1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반년 넘게 비어있습니다. 지난 1월말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부터죠. 헌재소장 장기공백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4·사법연수원 9기)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늦어지는 데 따른 결과입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7일~8일 열렸습니다. 이미 한달이 지났지만 국회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군판사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과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에 소수의견을 냈던 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5·18 부분입니다. 그는 버스를 몰고 계엄군을 향해 돌진한 시민군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던 버스운전기사 배용주씨를 청문회장에서 만나 사죄했습니다. 그러나 사죄가 모든 걸 해결하진 못했습니다.

장관은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결심하면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헌재소장 임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5명과 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인사청문보고서는 과반수가 찬성하면 채택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7명만 찬성하면 통과됩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대하는데 날치기식으로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면서 김 후보자는 서서히 잊혀지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건 헌재소장 자리가 비어있다는 사실까지 잊혀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문제가 9월 정기국회 때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헌재소장은 우리나라의 공식 의전 서열 4번째의 자리입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등의 다툼을 정리해줄 심판이기도 합니다. 그런 자리가 반년째 비어있는 겁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장이 있어야 재판 진행이 원활한데 현재 헌재이상황은 집에 가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헌재는 국가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 이렇게 소장 임명이 늦어지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헌재소장 공백 장기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최근 논평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뭘 하고 있느냐"며 헌재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켠에선 김 후보자가 이미 헌재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만큼 업무 공백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의 문제를 심판하는 헌재의 수장 자리가 반년 이상 비어있는 걸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야권을 설득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끌어내든, 정 안 되면 새로운 후보자를 세우든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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