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에 보고한 자료가 '민간인' 박원오에 바로 유출"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 朴 재판서 증언 "안 좋은 일 있을 거라 직감"

한정수 기자 2017.08.17 14:58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김창현 기자

대한승마협회 비리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에 맞지 않는 결과를 냈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자신의 인사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진 전 과장은 자신이 청와대에 감사 관련 보고서를 제출한 당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서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의 측근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 훈련을 지원한 인물이다.

진 전 과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청와대는 2013년 8월 정씨가 한 승마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치자 문체부에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감사를 맡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2차관)과 진 전 과장 등은 승마계 파벌 싸움 정도로 결론을 내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박 전 전무의 말만 믿고 일을 추진하기에는 위험하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정씨에게 유리하지 않은 감사 결과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진 전 과장에게 "박 전 전무가 전화로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하느냐'라고 말했는가"라고 물었다. 진 전 과장은 "그렇다"며 "어떻게 수석실에 보고한 자료가 박원오라는 민간인에게 바로 누출이 된 것인지 굉장히 놀랐다"고 답했다.

진 전 과장은 '박 전 전무의 항의가 협박처럼 느껴졌는가'라는 검찰의 이어진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내게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진 전 과장은 특히 노 전 국장의 좌천 경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며 "나도 앞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전무는 오는 18일 열리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후두암 수술로 인해 2주간 말을 하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신문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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