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묶어두면 답답해서"…개 풀어놨다 사람 물면?

집주인이 기르던 맹견, 세입자 잇따라 물어…집주인 '중과실치상' 실형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09.26 05:05

계속된 항의에도 불구하고 맹견을 풀어놓고 기르던 집주인이 세입자들이 개에 잇따라 물리면서 결국 실형을 살게 된 사건(2012노3678)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집주인 김모씨는 평소 자신의 주택 1층에서 로트와일러, 진돗개, 코커스파니엘, 닥스훈트 등 여러 종류의 개들을 자주 풀어놓은 채 키웠습니다. 이중에는 맹견도 있었는데, 로트와일러입니다. 이 견종은 주인 이외의 사람을 보면 쉽게 흥분해 위협을 가하는 등 공이나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흥분을 잘하고 소유욕이 강해 공을 보면 무조건 빼앗으려 달려드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김씨의 집은 젊은 여성 등 세입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고, 통행로가 매우 좁았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로트와일러와 같은 맹견을 집안 통행로 쪽에 줄을 느슨하게 묶어놓거나 묶지 않고 풀어놓은 채 키웠습니다. 세입자들이 맹견을 무서워해 "개들을 치우거나 적어도 한곳에 묶어두어 1층을 편히 지나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김씨는 "개는 묶어놓으면 답답해서 안 되고 낮에는 풀어 놓겠다"고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4월에는 개줄이 풀린 진돗개가 곽모씨(여,29세)의 왼쪽 종아리를 물어 곽씨는 고려대학교 부속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습니다. 2009년 1월에는 김씨의 로트와일러가 이 집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던 미혼 여성 박모씨(여,24세)의 왼쪽 팔을 물어찢어 100바늘 정도를 봉합해야 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박씨의 경우 봉합수술을 받고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도 팔 부분에 개에게 물린 큰상처가 흉하게 남게 돼 정신적 피해가 컸습니다. 같은해 8월에는 지나가던 김모씨(여,49세)의 왼쪽 팔을 크게 물어 피를 흘린 채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여전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개들을 키웠고, 2011년 4월에는 개줄이 풀린 품종 불명의 검은색 개가 세입자 곽씨의 양쪽 무릎을 물어 다치게 했습니다. 세입자들은 김씨를 고소했고, 김씨는 기소됐습니다.

곽씨는 법정에서 "김씨와 새로운 집주인 윤씨가 짜고 나를 대항력 없는 임차인으로 만들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내쫒으려 했다"면서 "출입을 막기 위해 대문에 못질을 하고 집 안에 로트와일러를 풀어놓았고, 대항력 있는 임차인임을 입증할 자료로 사용할 내부 사진을 찍을 생각으로 이 사건 주택 안으로 들어갔는데 대문 앞에 피고인이 중견 크기의 개를 풀어놓은 채 '서 있었고' 그 개가 내게 달려들어 물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중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인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이 폐쇄된 자신의 주택 안에서 로트와일러 등의 맹견들을 키움에 따라, 개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경우 함께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 언제든 큰 사고를 입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통행에 위협을 받아온 세입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항의를 받고 실제로 판시와 같이 세입자들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해 왔음에도 안전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그와 같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여성인 세입자들이 판시와 같이 반복해 맹견들에게 물려 상해를 입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법원은 "덩치가 크고 사나운 습성을 가져 사냥개로 이용되는 로트와일러를 여러 임차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집안에서 키우며 항상 목줄을 채워 고정된 장소에 두지 않은 채 때때로 목줄을 풀어 방치하고, 임차인들의 출입이 잦은 시간대와 공간에 부득이하게 개를 풀어두는 경우라면 입마개 등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키우는 개가 자칫 사람을 공격해 발생할 수도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피고인에게는, 사육하는 개의 관리를 소홀히 한 현저한 주의의무위반과 위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상해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 위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의 결과 발생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김씨에게 금고 3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피고인이 상고를 취하해 확정되었습니다.

관련조항=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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