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은 5일이다"…7년만에 나온 '철 지난 판결'

"주당 근로시간 최대 68시간" 산업계 손 들어줘…이미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돼 파장 제한적

백인성 (변호사) 기자,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6.21 16:49

대법원이 내린 '1주일'의 정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이었다. 이 파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주말근무에 대한 수당 문제는 휴일·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할증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이 인정된 셈이다. 그러나 이미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통과됨에 따라 파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휴일근로, 연장근로 아냐…수당 150%만 줘라"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남시 환경미화원 강모씨 등 35명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첫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상고 후 6년 6개월만이다.

대법원은 구 근로기준법상의 1주는 휴일을 뺀 5일을 의미하는 만큼 40시간을 넘어 토·일요일에 근무한 경우는 법에 규정된 '1주간 근로시간인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친 5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아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만 지급하면 된다고 결론냈다. 이른바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3월 개정되기 전 구 근로기준법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

문제는 구 근로기준법에 '1주'의 정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 근로기준법상 1주간 기준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해 휴일에도 8시간 근무한 이들 환경미화원들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볼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성남시 환경미화원이었다. 이들은 성남시가 휴일근로수당만 주고 연장근로수당은 주지 않자 이를 중복해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 2008년 이 소송을 냈다. 환경미화원은 성남시가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50%) 외에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50%)도 중복해 기본급의 200%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40시간을 넘어 휴일에 근로한 경우 이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1주'가 휴일이 포함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7일이라고 보면 휴일근로시간이 1주간 기준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합친 52시간에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7일간 최대 근로시간은 40시간에 12시간을 더한 52시간으로 한정되고, 이 경우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돼 가산임금의 중복 지급이 허용된다.

반면 '1주'가 토·일요일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엔 휴일근로시간이 위 5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이 경우 1주당 기준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합친 52시간 외의 추가적인 휴일근로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해석에 따르면 휴일에 일할 경우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만을 받게 된다.

2011년 원심은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날 "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1주 간 기준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은 휴일이 아닌 소정근로일(월~금)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의 규제를 의도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휴일근로수당인 150%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7년 끌다 국회가 법 개정하자 선고 내린 대법원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선 "1주를 어떻게 문언상 해석에서 벗어나 월~금 5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대의견도 나왔다. 김신·김소영·조희대·박정화·민유숙 대법관 등 5명은 "1주란 통상 달력상의 7일을 의미하고,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제53조 제1항에서 휴일을 제외하는 별도의 규정도 없다"면서 "따라서 휴일에 근로한 것은 52시간 안에 포함되고, 40시간을 넘어서 휴일에 근로했다면 휴일근로인 동시에 연장근로에 해당되는 만큼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과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며 상고기각을 주장했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이번 판결로 구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이 인정됐다. 그러나 이미 국회는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1주'가 7일임을 명시하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혼선을 없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별개로 보고 주 40시간을 초과한 8시간 내 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8시간을 넘기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둘러싼 법적 논쟁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옛 근로기준법이 시행될 당시 발생한 유사 노동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미 최대 근로시간이 입법적으로 매듭지어진 이상 다툼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소송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냐, 68시간이냐를 규정하는 재판으로 알려져 노동계와 산업계가 대립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법원이 2011년 상고 이후 7년을 끌면서 이 사건은 최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불려왔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법 개정 이후까지 판결을 질질 끌면서 국회에게 기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필우 입법발전소 변호사는 "법원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중복지급이 맞지만 행정해석으로는 지급하지 말아야 하고, 노사 협의에 따르면 신뢰보호원칙에 따라 지급하지 않는 게 맞는 사안이었다. 눈치를 본 것"이라고 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일반적인 국민 상식과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일주일은 엄연히 7일인데 5일이 맞다고 판결한 것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법 개정으로 논란이 일단락됐다는 점 등에서 노동계가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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