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영업권' 손해도 배상받을 수 있을까

대법 "경쟁영업 금지 위반, 손해액에 영업권 가치도 포함돼야"

황국상 기자 2019.01.22 11:23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상법은 이사에게 '경업'(競業)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소속회사와 동종의 영업을 해서 회사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만약 어느 기업의 이사가 경업금지 규정을 위반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면 해당 의무를 위반한 이사는 원래 소속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경업금지 규정을 위반한 이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책임에는 무형적 재산권인 '영업권'도 포함될지가 문제될 수 있다. 유형적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할지, '영업권' 등 무형자산에 대한 손실까지 배상하도록 해야할지를 다룬 다룬 대법원 판결(2018년 10월25일 선고, 2016다16191)이 있어 소개한다. 

A씨는 스포츠용품 수출입업을 운영하는 B사에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이사 또는 대표이사를 지냈다. A씨는 B사에 속해 있던 기간 중인 1987년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1990년까지 대표이사로 지냈다. A씨는 최소 1987~1990년에는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A씨가 신설한 C사는 종전까지 B사가 운영하던 골프용품 수입업에 손을 댔다. B사가 외국 골프용품 제조사와 체결한 독점 판매 계약이 끝나는 기간에 C사는 해당 제조사에 접근했던 것이다. 

B사가 종전까지 10년간 독점 판매했던 골프용품의 국내 판매권은 전적으로 C사에 귀속됐다. 이 여파로 B사는 결국 경영난을 겪다가 해산됐다. A씨는 C사의 지분을 해외 유명 스포츠브랜드에 200억원 이상을 받고 팔았다. 

이에 B사의 주주가 A씨를 상대로 경업금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은 A씨 측(A씨는 소송 진행 도중 사망해 그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이 B사 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C사가 침해한 B사의 '영업권' 가치가 손해에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B사가 외국 제조사 제품의 수입·판매업을 하지 못함으로서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골프용품 사업부문 영업권'에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C사가 매각한 골프용품 사업부문의 영업권은 C사가 그간 형성한 자본을 재투자하고 고유의 노력을 기울여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A씨 측이 B사 주주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에 '영업권' 가치를 배제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A씨가 B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C사로 하여금 그 사업을 영위하게 한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회사 이사로서 해서는 안되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해당한다"며 "C사가 골프용품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 얻은 영업권 상당의 이익에는 C사가 직접 형성한 가치 외에 B사가 상실한 독점판매 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으로서는 C사가 골프용품 사업부문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받은 양도대금 중 B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수년간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B사가 빼앗긴 사업기회의 가치 상당액을 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를 B사의 손해로 인정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이사의 법령위반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관련규정
상법
제397조(경업금지)
①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
② 이사가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거래를 한 경우에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그 이사의 거래가 자기의 계산으로 한 것인 때에는 이를 회사의 계산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삼자의 계산으로 한 것인 때에는 그 이사에 대하여 이로 인한 이득의 양도를 청구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권리는 거래가 있은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①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
1.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
2.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
② 제1항을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 및 승인한 이사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이사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한다.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③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