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불륜 성관계 영상' 촬영해 아내에게 보낸 내연녀

'동영상'은 성폭력처벌법상 '타인의 신체' 아냐…무죄 취지 파기환송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4.13 06:00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여성 A씨(25)는 손님으로 찾아온 유부남 B씨(42)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러다 A씨는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합의하에 촬영해둔 자신들의 성관계 동영상 파일 중 한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B씨의 아내에게 전송했습니다.

이렇게 성관계 동영상을 타인에게 보낸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그때 당시엔 '아니오'였습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판결인데요.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2항은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검찰은 A씨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씨가 휴대폰 카메라로 뭘 찍은 것인지였습니다. A씨는 '성관계 동영상의 한 장면'을 사진촬영한 것인데, 이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였습니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상 처벌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인 만큼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자신은 해당 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그 의사에 반해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자체를 반포하는 등의 경우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좁게 해석한다면 촬영물을 복제하거나 저장매체를 바꾸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원심은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에 반하여 타인의 신체가 촬영된 촬영물을 유통하는 행위도 처벌하여 그 촬영물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에는 촬영물 자체를 직접 반포하는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 촬영물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그 밖에 사진의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매체로 저장한 후 이를 반포·판매·전시하는 등의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2017도3443)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형사3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록 A씨가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므로 그 촬영물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로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다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더라도 이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판결이 이후 해당 조항은 지난해 개정됐습니다.

[관련조항]

구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행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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