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집행유예' 때문에 연금 잃을 뻔한 퇴역군인

소년범 '낙인효과' 우려해 개정된 법 덕택에 승소

김종훈 기자 2019.06.16 09:00

10대 때 폭력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30년 뒤 드러나 퇴직연금을 잃을 뻔한 퇴역군인이 소송으로 연금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퇴역군인 A씨가 "퇴직연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1980년대에 입대해 30년 넘는 군 생활을 마치고 원사로 명예전역했다. 이후 A씨는 명예전역수당과 퇴직급여를 지급받던 중 "하사관 임용이 무효가 됐으니 전역수당과 퇴직급여를 반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10대 때 폭력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군 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이는 군 간부로 임용될 수 없었다.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고, 군 간부로 임용된 것은 이로부터 6개월 뒤였다. 

A씨는 수당·연금을 받을 자격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1·2심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A씨가 소년법이 적용되는 10대였고, 개정 소년법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소년의 법적 자격을 따질 때 형의 선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게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원래 소년법은 형사 피고인이었던 소년의 자격을 따질 때 형 집행이 끝났거나 형 집행을 면제받은 소년에 대해서만 선고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를 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소년들에게 낙인이 찍힌다는 비판이 일었고,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법이 개정됐다. 새 법은 법 개정 전 소년 시절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이들까지 소급 적용됐다.

A씨는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수당과 연금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별도로 제기해 승소했다. 그리고 다시 퇴역연금을 신청했지만 군 간부 임용은 무효라는 인사명령이 아직 남아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옛 군 인사법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에 따라 군 간부 임용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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