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동 재판부가 '투자 공범' 정경심을 무죄로 본 이유는

이미호 기자 2020.07.01 05:16



-공소사실 블루펀드 허위 변경보고 : 무죄 / 공범 정경심 부분 판단 불요

-공소사실 허위경영컨설팅계약 관련 코링크PE 자금 1억5794만9994원 횡령
:일부 유죄(1/2 금액 부분, 자백) / 공범 정경심 부분 불인정
:나머지 무죄 / 공범 정경심 부분 판단 불요

-공소사실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 교사
: 유죄(자백) / 공범 정경심 부분 인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던 지난 30일, 재판부가 공개한 '선고결과 요약'의 일부분이다. 총 19개의 공소사실(구체적 혐의로는 21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부분은 △블루펀드 허위 변경보고 △허위컨설팅계약 관련 횡령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 교사 등 3개 혐의다. 이 가운데 증거인멸·은닉 교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무죄 판단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코링크PE 펀드 부풀려 신고한 것 아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2017년 5월 정 교수로부터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되면서) 주식처분 대금을 펀드에 출자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아 14억원 상당의 자금을 유치했다. 다만 새로운 펀드가 아닌, 기존에 설립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않던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블루펀드)를 100억1100만원에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또 설립(변경) 보고시 '사원에 관한 사항'을 법인 1인에서 개인 6인(조국 가족)으로 변경하고 출자액 합계 99억4000만원, 총 합계액 100억1100만원을 기재한 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검찰은 조씨와 정 교수가 펀드 투자 약정금을 실제 투자금(14억원) 보다 부풀려 허위 신고했다고 봤다. 이들이 "기존 펀드를 활용하는 것을 인식하면서 (중략) 허위 투자 약정금이 기재된 정관에 날인했다"고 했다. 최소 출자금액인 3억원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정 교수 가족이 99억4000만원을 출자한 것처럼 금융위에 거짓 보고했다고 봤다.

재판부 판단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조씨가 직접 변경 보고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조씨가 무죄라, 정 교수가 공범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당시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에게 거짓 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향후 '추가 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법무법인 자문을 받는 등 별다른 문제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조씨가 2018년 12월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 또 정 교수와 남동생이 상속받은 건물이 상당하고 자산이 많은 점 등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등 직원들도 추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인지했고 정 교수도 조씨로부터 제3자가 추가 투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블루펀드에 대한 투자가 없다고 다른 사람 투자를 허용 안하는 펀드로 단정짓긴 어렵다"고 밝혔다. 거짓 변경 보고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허위컨설팅 계약, 투자 아닌 대여…증거인멸은 공모 인정"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된 두번째 혐의는 허위컨설팅 계약 관련 횡령 혐의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정 교수가 코링크PE에 납입한 5억원에 대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빌미로 총 1억5000여만원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투자라는 용어를 (정 교수와의 문자 등에서) 썼을 뿐이지 성격은 대여에 따른 이자"라고 주장한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인 자금 횡령이 아닌 개인간 돈거래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수행하지 않은 경영컨설팅 비용을 나눠갖고 허위 증빙자료를 수령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액수인 5억원에 대해서는 조씨가 횡령 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했다는 점에서 정 교수 공범 부분은 '불인정(공범 성립이 안 됨)'됐다.

다만 정 교수는 증거인멸·은닉 교사 부분에서는 공범 혐의가 인정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자료를 삭제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했다고 봤다. 재판부도 "증거인멸 부분은 조씨의 자백과 보강증거에 의해 혐의가 인정된다. 정 교수가 청문회 앞두고 실제 직원에게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케 했다고 진술하는 등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와 공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권력형 범죄 아니다" 정경심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정 교수는 사모펀드·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돼 다른 재판부에서 이미 재판이 진행중이다. 통상 하나의 재판이 관련된 다른 재판의 기판력(확정판결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정 교수의 핵심 혐의 중 하나인 허위 컨설팅 계약 관련 혐의 부분이 사실상 무죄로 판단되면서, 향후 정 교수 변호인단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거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말그대로 돈을 빌려준 것에 지나지 않고, 대여에 따른 이자 지급이라는 점을 정 교수측이 꾸준히 주장해왔는데 받아들여진 셈"이라며 "앞으로 정경심 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조범동 재판부도 공범인 정 교수에 대한 판단을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소병석 재판장은 "다른 사건에 기소된 피고인이 이 사건의 공범으로 기재된 특수성이 있어 재판부로서 공범을 어느정도 심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범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지위에 있고 본인 사건에서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검찰에서도 (다른 사건에서) 공범에 대해 더 많은 주장과 입증을 할거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기판력이 없는 제한적이고 잠정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고 한 발 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이날 "권력형 범행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 검찰이 차마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조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조씨가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위를 자신의 사업에 활용하고 민정수석 배우자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경유착의 신종형태 범행'"이라고 날을 강하게 세운 바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