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이후 '단 한번'도 '개혁'없었던 '군 사법제도'…이번엔 바뀔까

[theL리포트]이슈 분석 '군 사법제도 개혁'①
"군 성범죄' 해결하려면 '군 사법제도' 먼저 고쳐야"

유동주 2021.06.19 06:47
문재인 정부 국방부가 발표한 군 사법제도 개혁방안 중 일

공군 여(女)중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군 사법체계에 관심이 쏠리면서 군사법원이 다시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같은 부대 선임 부사관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도 군내부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군사법원 폐지 등 군 사법체계 개혁까지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입대한 여군 부사관이 군 성범죄 피해자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법원 등 군 사법체계는 여군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유죄취지 판결도 소수에 그치고 그중 실형선고 비율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는 자료도 있다.

군지휘관들인 남성 중심의 사고를 그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군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사정권 시절 완비된 군 사법제도는 이후 제대로 된 개혁조치 없이 수십년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오래된 군 사법개혁 방안…군 '강한 반발'에 좌절되기 일쑤



[서울=뉴시스]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가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1.06.12. photo@newsis.com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은 원래 더불어민주당의 오래된 공약이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들도 주장하던 바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시절부터 총선과 대선에서 줄곧 평시 군사법원 폐지, 항소심 군사법원 폐지, 민간판사 2심 재판담당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곤 했다. 정의당도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군 사법개혁에 있어선 대체로 민주당과 뜻을 함께 해 왔다.

군 사법체계에 마지막으로 변화가 있었던 건 제19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다.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합의했던 △군단급 보통군사법원 설치 △확인조치권 감경비율 선고형량의 3분의1미만으로 제한 △군판사 임기 3년 법정화 등의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돼 통과됐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이 군사재판 개혁의 상징으로 여겼던 '심판관제도 폐지'는 △대상 범죄범위 축소 △심판관 재판 운영시 참모총장이나 장관 승인 △군판사가 재판관을 맡고 심판관은 보조하는 것을 조건으로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심판관 제도'는 군지휘관이 '재판관' 역할을 하는 제도로 군사재판의 독특한 점이다. 군지휘관은 '심판관'을 맡아 죄를 지은 소속 부대 군인에게 판사처럼 형벌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확인감경권'이란 제도로 군법원 판결 뒤에 '임의 감경'을 할 수도 있다.

군사법원과 검찰부 그리고 법무실 소속으로 서로 법무관들이 보직 이동을 하기도 한다. 군 법무관 입장에선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까지 모두 경험해볼 수 있지만, 형사 사법체계의 근간인 수사·재판의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형식적으론 군사법원은 지휘관 휘하에 있는 군 검찰과 달리 참모총장 직할로 독립부대로 편성돼 있지만, 어떤 사건에 대해 군 검사가 기소를 하기로 결정하면 군 판사들도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서로 밀접하게 관련 돼 있다"며 "군 특성상 지휘관이나 법무실장의 사건에 대한 입장이 반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군사 재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군 판사를 민간에 개방하고 군 판사에 대해선 군 검찰이나 법무참모 등과는 달리 아예 별도로 모집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처럼 군 법무관을 한 번에 뽑고 군 판사와 군 검찰 사이에 서로 보직 이동을 하게 해선 군사법원의 독립성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여야 '군 사법개혁'에 합의했지만, 군 반발에 '미세' 개혁에 그쳐


군 외부에선 폐지 압력이 강하지만, 군지휘관들은 군사법원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법체계의 독특한 '지휘관 재량'을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군에선 △우리나라가 징병제로 모병제 국가와 군 성격이 다른 점, △민간판사 도입시 처우문제와 현역 군판사와의 갈등 요소, △군지휘관 사기진작 등을 주요 이유로 들며 현 군 사법체계를 고수하려는 입장을 보인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19대 국회에서 야당들에 의해 군사법원·심판관 폐지 등 군사재판 개혁에 대한 압력이 계속되자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 제도 유지가 병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며 다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전 장관은 "군 임무의 특성상 전시 뿐 아니라 평시에도 작전계획에 따라 자주 이동하고 급박한 상황변화에 대응해 신속히 군사재판을 할 수 있도록 군내 군사법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장관은 심판관이나 관할관제도 역시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군을 대표해 강경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결국 당시에도 군사재판 개혁 논의는 군지휘관의 형 감경 권한을 선고형량의 3분의1미만으로 제한하고 사단급 군사법원을 없애는 대신 군단급 군사법원으로 재편하는 선에서 끝났다. 미세한 개혁에 그친 셈이다.



'문 정부' 대선 공약으로 '군 사법개혁' 받아 든 국방부, '추진'에만 3년 보내…'하세월'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박주민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행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통과시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09. photo@newsis.com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엔 민주당 측에서 군사재판 개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뒀고, 정부도 국방부에 군 사법개혁을 주문했지만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이미 국방부는 정권교체가 된 뒤 1년도 안된 2018년 2월 군 사법개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엔 '군사법원 독립'이란 목적으로 외부 민간 판사를 1심 군사법원에 충원하고 국방부에서 직속으로 군사법원을 운영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아울러 2심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2심부터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넘기는 방안도 있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가 빠진 것을 제외하곤 상당부분 민주당의 총선·대선 공약과 일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개혁방안들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제로 법률 개정의 형태로 완결되지 않고 있었다. 군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권이 바뀌었어도 국방부는 여당과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군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번 공군 여중사 사건을 계기로 실제로 군 사법제도가 근본적으로 개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군 여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개혁이 다시 화두에 오르자 국회 법사위는 지난 10일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국방부가 정부안으로 마련해놓고 지지부진하던 개정안들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여야도 군 성범죄 문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와 특별위원회를 꾸리면서 군 사법개혁 결과물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군사법원 제도의 뿌리로 볼 수 있는 독일과 일본은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군에선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군사법원 유지 명분으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중국과 적대적 상태인 대만도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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