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주의 PPL] '아재' 설 자리 없는 로스쿨

사회 경험 쌓은 3040 직장인에게 문 닫힌 로스쿨…나이 차별 개선 안되면 입법으로 외부서 강제할 수도

유동주 기자 2017.03.15 12:03
로스쿨 성공전략 설명회에서 로스쿨 준비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뉴스1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 이들을 변호사로 배출되도록 하는 게 로스쿨 도입취지 중 하나다. 그런데 갈수록 로스쿨의 문은 직장인들에겐 좁아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나이가 30대만 넘어가도 서울 주요 상위권 로스쿨에 들어가기는 힘들어진다. 40대라면 아예 변호사의 꿈을 접어야 할 정도가 돼 버렸다. 올해 로스쿨 입학생 2116명 중 41세 이상은 겨우 26명(1.2%)에 불과하다. 32세 이상으로 잡아도 296명으로 14%에 그친다. 2009년 첫 로스쿨 입학생 평균나이가 30세에 가까웠던 것을 돌이켜 보면 점점 입학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2011~2015년까지 5년간 로스쿨 입학생 1만439명 가운데 8598명인 82.4%가 30세 이하였다. 이른바 SKY로스쿨은 30대 입학생이 거의 없다. 서울대는 5년간 입학생 총원 768명 중 751명(97.8%), 고려대는 624명 가운데 621명(99.5%), 연세대는 626명 가운데 602명(96.2%)이 30세 이하였다.



◇30대40대 이상 안 뽑는 로스쿨

각 로스쿨에선 '어린 학생' 선호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입학자 연령통계가 그 항변이 믿기 힘든 것임을 말해 준다. 서울·고려·연세대 로스쿨에선 30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30대 이상이 단 한명도 입학하지 못했던 해도 있을 정도로 '안' 뽑는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이상이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 커뮤니티에선 이미 익히 알려졌듯 사법시험 등 고시수험 경력을 중시하는 일부 지방 학교에 가야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에는 '학생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비(非)법학 전공자 비율과 타대학 학사출신의 비율이 각각 3분의 1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기에 '입학자 연령'에 대한 쿼터규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로스쿨이 30대 이상을 뽑지 않는 것은 '변호사시험 합격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응시자대비 변시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진만큼 수험생이 어릴수록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서류심사에서 '나이' 점수화한 일부 로스쿨

지난해 한 로스쿨에서 입시 서류심사 내부 점수표를 통해 학부와 나이차별을 했다고 알려져 큰 논란이 있었다. 로스쿨들이 '정량'평가로 뽑다보니 학점이나 영어성적이 좋은 학부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들이 선발될 수 밖에 없다고 변명했지만 실제론 나이 많은 응시생들에겐 페널티를 부여했던 것이다.

사회 경험 있는 직장인들의 지원도 줄었다고도 각 로스쿨은 주장한다.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으면 뽑질 않으니 지원자도 줄어 든다고 보는 게 더 맞다.

로스쿨의 자체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외부에서 강제하지 않고 25개 학교가 동시에 시행하지 않으면 서로 하지 않으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해부터 일부 학교가 30세 이하만 노골적으로 뽑자 나머지 학교들이 따라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6월 로스쿨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로스쿨 입시 신뢰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출신학부 차별의혹 전수조사, 성별·나이·지역 등 차별적 요소 제거와 후속 조치 등을 요구했다.

로스쿨 변호사들은 이미 로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로스쿨 입시에서 나이 차별이 있다는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졸업생인 그들이 먼저 나서 조치를 요구한 것은 이미 각 로스쿨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기 어렵다는 걸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에 막연한 기대…자체 역량 강화는 보기 힘들어

변시 합격률을 의식해 어린 학생을 선호하는 각 로스쿨의 꼼수는 아무런 과학적·통계적 근거도 없는 '편견'에 의한 반인권적 행위다. 어리면 수험생활에 유리할 것이란 생각은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아울러 어린 학생을 뽑아 변시 합격자를 늘리려는 각 로스쿨의 의도는 학교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합격률이 오른다고 입시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는 것부터가 유치한 생각이다. 일부 로스쿨이 첫 변시부터 졸업시험과 유급제도를 활용해 변시 합격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최우수권 지원자들이 그 로스쿨에 들어가진 않는다. 실제로 서울대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은 숫자로만 보면 최상위권이 아니다.

지난 5년간 변시 합격자 배출현황을 보면 추세적으로 각 학교의 역량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학교는 졸시 강화에 신경을 써 응시자대비 합격률을 올리려 하고 다른 학교는 졸시로 떨어트리지 않고 응시자를 많이 보내는 전략을 쓴다. 그러면서 각 학교가 낼 수 있는 합격자수는 이미 어느 정도 고착화 됐다. 입학생에 어린 학생을 선호하는 전략은 모두 쓰고 있지만 졸업생의 결과가 다른 셈이다.

따라서 각 로스쿨이 커리큘럼과 학습지원 개선엔 눈감고 어린 학생들만 뽑으면 다 합격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비과학이고 이기적인 망상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재학생의 '나이'가 아니라 각 학교의 '역량'이란 점이 입증된 셈이다.
2017학년도 로스쿨 입학생 연령별 현황/자료=법전협


◇'나이 차별' 개선 안 되면 입법문제로 해결 모색할 때

사법시험이 폐지된 상황에서 로스쿨이 20대 학생만을 선발하는 것은 '사시부활'에 명분을 줄 뿐이다. 지적이 계속됐음에도 각 로스쿨에선 개선 움직임이 없다. 올해 입시부터 정량평가를 강화했지만 과연 '나이'에 대해서도 그랬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 어느 학교처럼 적발되지만 않으면 내부적으로 30·40대 이상을 계속 걸러내고 있는지는 외부에선 알 수 없다.

지난 19대 국회 일부 의원실에선 '연령' 쿼터제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제출을 검토했다. 내부에서 고치지 못한다면 법을 개정해 각 로스쿨에 강제하는 수 밖에 없다.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양성과정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나이 차별'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할 정도로 30대 이상 학생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 차별'이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로스쿨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미 사시부활을 외치는 대선 주자들이 나왔고 '나이 차별'은 만약 있다면 로스쿨에 큰 약점이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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