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으로 송금된 100만원, 타인 카드값 결제...대법 "부당이득"

박다영 2024.04.22 08:30

피싱범죄로 다른 사람 계좌로 송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다면 카드 명의자가 부당이득을 본 것이기 때문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카드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에게 부여된 카드결제대금 가상계좌로 원고의 100만원이 이체됐고 그 돈으로 피고 명의로 결제된 물품대금 정산이 완료돼 피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가 소멸했다"며 "피고는 가상계좌로 송금된 원고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피고가 얻은 이익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가상계좌로 송금돼 자신의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며 "피고가 돈을 사실상 지배했는지 여부는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 피싱범이 보낸 링크에 접속했다. 피싱범은 A씨의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 A씨의 휴대폰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해 B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B씨 계좌로 입금된 100만원은 B씨의 카드 대금으로 자동 결제됐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것이 없다면 반환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면서 "원고가 송금한 돈이 피고의 계좌로 입금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고가 해당 돈 상당을 이득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피고 B씨가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실질적인 이득자가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돼야 하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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