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다 보고 있다…세금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은

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홍기효 2024.05.01 07:00
/삽화=종철 디자인기자
영국 유명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옥을 제안한다. 감옥 중앙에 감시탑을 세우고 그 주변에 원형 형태의 죄수 방을 만드는 것이다. 감시탑은 항상 어둡게, 죄수 방은 밝게 한다. 감시탑이 어떤 죄수를 주목하고 있는지 모르게 하기 위함이다.

벤담은 이 감옥을 '판옵티콘'이라고 명명했다.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의 합성어다. 판옵티콘 속 죄수는 항상 감시받는다고 느껴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는 게 벤담의 주장이다.

국세청은 판옵티콘 감시탑처럼 합법적으로 납세자 재산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5조에 따르면 국세청장은 재산 규모,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부과·징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법에 따른 납세자 등이 제출하는 과세·재산 자료를 그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납세자별로 매년 전산 조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로 △일정 금액 이상 재산세를 납부하는 자 △일정 금액 이상 재산을 받은 상속인 △일정 금액 이상 재산을 취득한 배우자 등이다. 일정 금액 등에 대한 기준은 국세청장이 정한다.

국세청장은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결정하거나 경정하기 위해 조사하는 경우 인적 사항 등을 포함한 금융재산에 관한 과세자료를 일괄해 조회할 수 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금융거래 비밀보장을 규정하면서도, 상속·증여세의 탈루가 인정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사용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거래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요구하는 것이 허용된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과 1997년 IMF 이후 신용카드 사용량이 늘고 금융정보가 전산화되면서 납세자에 대한 재산 자료는 더욱 쉽게 노출되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할 수 있는 납세자 재산자료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경우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나타났다. 기업의 현금지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에 불과했다. 국세청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은 납세자의 경제활동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은 이 규정과 양성화한 재산자료를 통해 언제든 과세자료를 생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세 재원의 확보를 위해 적어도 세금 쪽에서는 판옵티콘이 완성된 것이다.

거대한 감시탑인 국세청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납세자들은 재산 은닉 등의 방안으로 조세 부담을 피해 가긴 어렵다. 절세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세법을 토대로 절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거나 확실한 증빙을 갖추고 조사관 소명 요구 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

"세금을 가장 적게 내는 방법은 지금 내는 것입니다". 납세 고지서의 문구다. 합법적으로 절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홍기효 세무사 세무법인 화우
[홍기효 세무사는 세무법인 화우 소속 세무사로 주요 업무 분야는 재산제세와 관련한 조세 자문과 불복이다. 상속세·증여세·양도소득세·소득세·부가가치세·법인세·지방세·조세특례제한법·국제조세 등 국내외 개인 및 법인의 조세와 관련한 각종 신고 대리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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