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중수부장 '논두렁 시계 보도' 손배소…대법, 일부 파기환송

양윤우 2024.05.09 13:23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난 2009년 6월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09.6.12. mania@newsis.com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관련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는 과정에 자신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2심에서 손해배상과 함께 정정보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 일부 책임을 부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오전 이 전 부장이 노컷뉴스(CBSi)와 이 회사 논설실장, 기자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8년 6월 이 전 부장의 미국 거주지가 확인돼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국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의혹에 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올렸다.

당시 보도에는 "국정원이 '시계 수수 의혹'을 받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에 이 전 부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논평에서는 "언론에 흘린 것은 검찰이었고, 이는 당시 국정원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으로 타격을 주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고 언급했다.

이 전 부장 측은 "보도는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데 원고(이 전 부장)가 개입했음을 암시하는데 이는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가 의혹을 언론에 직접 흘렸다거나 국정원이 의혹을 흘리는데 협력했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가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회사와 기자가 공동으로 3000만원을, 논설위원이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간부로부터 시계 수수 의혹을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요청을 받은 것은 인정되지만, 이 전 부장이 이를 언론에 흘리는 데 관여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보도가 검찰이 국정원 요청에 따라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부분은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단은 또 달랐다. 노컷뉴스 측이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정보도에 대한 항소심 판단은 수긍했지만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원심을 일부 파기 했다.

대법원은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사건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이 전 부장이 관여했다'는 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부분은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정원 조사 결과나 언론노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통해서도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당시 피고(노컷뉴스)들이 그러한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었을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원고의 주장도 함께 보도하고 있는 사정 등에 비춰 보면 보도가 원고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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