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시행령' 논란 자초한 특허청…"자기에게만 유리한 잣대"

[the L리포트][변리사법 시행령 입법예고]④ "특허청 출신공무원은 실무수습 전체면제 가능", 변리사회 입법철회 주장

황국상 기자, 박보희 기자 2016.05.23 14:56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동자격 제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 5만135명의 서명을 받은 서명지가 놓여져 있다. 올 1월 공포된 개정 변리사법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직역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실무수습을 받도록 규정했다. 관련내용은 올 7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실무수습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사진제공=뉴스1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일정기간 이상의 실무수습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시행령 제정안이 정작 시행령을 만든 특허청 출신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변리사 자격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직역을 불문하고 실무수습을 받도록 하는 개정 변리사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 1월 공포된 변리사법은 산업 다양화, 정보기술 발달 등을 감안해 변리사 자격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변호사, 특허공무원 등에게도 실무수습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내용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변리사 자격은 변리사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고 실무수습을 받은 이들에게 주어진다. 일정기간 특허행정 업무를 거친 이들은 변리사시험 중 일부(1차 전체 또는 2차 일부) 면제받고 소정의 시험절차와 실무수습을 거쳐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변호사와 특허행정 업무를 일정기간 이상 수행한 공무원 출신의 변리사는 실무수습이 면제됐으나 개정 변리사법에 의해 올 7월부터 예외없이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 단 실무수습과 관련한 세부적 내용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통해 규정하도록 했다.

특허청이 이달 중순부터 내달 하순까지 입법예고하는 변리사법 시행령은 실무수습을 400시간 이상의 이론교육과 10개월 이상의 현장연수로 구성하도록 하고 관련교육의 주무부처를 특허청으로 규정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론교육을 담당할 기관은 대한변리사회로, 현장연수를 담당할 곳으로는 변리사 사무소, 법률사무소, 국가·공공기관 등 단체로 규정됐다.

하지만 실무수습과 관련해 다양한 면제조항은 지난 1월 공포된 변리사법이 실무수습을 일괄 도입한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시행령과 함께 입법예고된 변리사법 시행규칙은 종전 교육이수 내역이나 경력이 있을 경우 시행령이 규정하는 실무수습(이론 400시간, 현장연수 10개월)의 일부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산권 업무를 수행하는 사법기관, 행정기관, 비영리법인 등에서 관련업무를 3년, 5년 이상 수행한자는 실무수습 중 현장연수를 각각 5개월, 10개월 면제를 받을 수 있다. 특허청 공무원으로 5년 이상 업무를 수행한 자는 변리사 시험 일부 면제혜택을 받는 데다 전체 실무수습의 5/6을 차지하는 기간의 교육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행규칙은 변리사 사무소 등에서 산업재산권 관련업무를 수행한 자나 사법연수원, 로스쿨 등에서 산업재산권 관련 실무수습 교육을 이수한 자에게도 현장연수 기간을 면제해주는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변리사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또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물두하는 것과 별도로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변리실무 과정을 수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사실상 '10개월의 현장수습 면제' 혜택은 특허청 출신에게만 가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400시간으로 규정된 이론교육도 △변리사 직업윤리 등 소양(20시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자연과학개론(80시간) △산업재산권법 등 법률 기본이론(100시간) △명세서작성, 심판·소송 서류작성 등 산업재산권 실무(200시간)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각종 면제조항이 실무수습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리사법 시행규칙은 특허청 심사·심판관 과정을 이수한 이들에게는 관련법률과 실무교육 중 이수과목에 대해 이론교육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변리사, 변호사, 특허청 공무원 중 누구라도 대학 학사과정에서 이공계 전공을 이수한 이들은 자연과학개론 80시간 교육을 면제받는다. 이같은 면제기간을 도합하면 최대 180시간의 교육면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변리사회 측은 "이처럼 면제과정을 모두 적용할 때 특허청 출신 공무원은 이론교육·현장연수 등 실무수습을 100% 면제받을 수 있다"며 "변호사들도 이론교육 시간이 시행령이 규정한 400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220시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리사회는 이번 시행령 전체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특허청 측은 중복교육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특허청 출신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변리사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변리사 사무소에서 근무한 자에게도 기간에 따라 현장연수 면제규정을 둔 만큼 특허공무원에 대한 특혜라고 볼 수 없다"며 "사법연수원, 로스쿨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도 지식재산권 실무교육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 관련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변리사 사무소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공무원 출신이든 종전 경력 등을 감안해서 추가교육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보완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게 개정 변리사법의 취지"라며 "실무경험이 충분한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연수를 강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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