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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리포트]'변협·서울변회'선거 예열시동…'유권자 등록운동' 최초등장

[서초동 선거의 계절]②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 한국법조인협회, 변호사단체 선거 앞두고 유권자 등록 운동 진행…변협선거 큰 변수로 작용가능성 커

송민경(변호사), 유동주 기자 2016.10.18 04:09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2015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대한변협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시존치 입법로비 중단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익 법률을 만들어 입법하라"고 주장했다./사진=뉴스1
2015년 12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년 1월에 치러질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선거를 앞둔 변호사업계는 사실상의 선거시즌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회원숫자에서 약 7500여명에 달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변호사 숫자가 2만여명이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결집한다면 양 선거 유력후보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 변호사단체 "변협·서울변회 선거 유권자 등록필요"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만든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선거 독려 운동을 시작했다. 다가올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의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변호사회와 변협에 소속돼 개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법협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유권자 등록 운동을 하고 있다. 


변협선거에서 유권자 등록 운동까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변협이 지난 2월19일 실시된 대한변리사회장 선거를 맞아 공문을 통해 변호사들의 변리사 등록·개업 신청과 투표참여를 독려해 직역다툼을 벌인 적은 있지만 변호사업계 자체 선거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었다. 


이번 한법협의 등록 운동은 변협이 변리사회 선거참여를 독려한 것과 겉으로는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공지에서 한법협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10월 한 달 동안 유권자 등록 운동(변호사 등록·개업신고)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선거권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휴업 중인 변호사(특히 사내변호사)나 아직 개업 신고를 하지 않은 변호사들에게 개업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특히 올해 치러진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현재 연수를 받고 있는 1500여명의 변호사들은 아직 변협과 지방변호사회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이가 태반이다. 연수를 마치기 전이라도 준회원 등록이 가능하고 6개월 연수가 끝나기 시작하는 11월경부터는 회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회비를 취업이나 개업 전에 먼저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법협 유권자 등록 운동은 이런 로스쿨 변호사들의 현실적 사정을 감안해 어렵더라도 최대한 내년 1월 선거일 전까지는 등록과 개업신고를 마쳐달라는 촉구인 셈이다. 실질적으로 사무실을 마련해 개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기전이라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는 사실상 등록과 개업신고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권자 등록 캠페인은 결국 5회 변시 합격자들이 대다수인 미등록·미개업 로스쿨 변호사들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변호사단체 선거에 관심 없는 변호사들이나 참여하지 않는 변호사들이 많다고 해도 매년 1500명 이상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보다 숫자가 점점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집중해 한 후보를 선택하게 되면 당선자를 확실히 결정지을 수 있다. 


김정욱 한법협 회장은 "변호사 활동을 하기 위해선 수백만원의 등록비와 매년 60만원의 회비를 부담해야만 하는 변호사들에게 협회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며 "선거인명부 확정 전에 개업 신고일을 놓쳐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개업 운동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사내변호사 투표권 보장하라"


변호사들은 일반적인 변호사 형태로 여겨지는 개업상태의 송무 변호사와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일하는 사내변호사로 크게 나눠진다. 그런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경우에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사내변호사 비율이 높다. 따라서 선거 당일 투표 시간을 내기가 힘들 수 있다.


한법협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공론화를 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17일 투표 시각을 늘려달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변협 등 선거의 기존 투표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7시로 진행되며 투표소는 지방변호사회 소재지나 지사무소로 한정돼 있다. 


이에 대해 한법협은 "(사내변호사 등의 경우)투표 참여가 힘들다"고 주장하며 "투표일 저녁 8시까지로 시간을 늘려 달라"고 주장했다. 대선·총선 등에서 주로 야당이 젊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투표시간 연장은 변협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변협 대의원 총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총회요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등이 현재 사내변호사 투표시간 확보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선거 최대이슈였던 '사시 존치' 는 주춤…표대결·투표율 관심


지난 변협와 서울변회 선거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소수였다. 직전 선거는 2015년 1월에 있었고 그때까지 배출된 로스쿨 변호사는 4500여명으로 숫적으로 두배 이상인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의 '사법시험 존치' 공약을 중심으로 한 세몰이에 투표를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각 로스쿨 학생회장 출신으로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법학협) 임원을 맡았던 일부 변호사들이 하창우 후보와 마찬가지로 사시 존치를 내걸었던 소순무 후보캠프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때문에 로스쿨표가 분산돼 로스쿨에 우호적이고 사시 존치에 반대했던 박영수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결국 변협과 서울변회 선거 모두 '사시 존치'를 전면에 내세운 하창우 협회장, 김한규 회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이후 로스쿨 커뮤니티에선 회원수에서 이미 연수원출신에 밀렸던 로스쿨 변호사들이 선거캠프별로 이합집산하며 투표집중력을 스스로 내버렸다는 자책과 원망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실제로 지난 선거이후 2년여간 변협과 서울변회 중심의 사시 존치활동이 변호사단체의 예산과 인력을 동원한 대규모 공식활동으로 계속 됐다. 법조계도 양분돼 시끄러웠음은 물론이고 집요한 대국회 로비에 정치권도 휘말렸다. 일부 의원은 이 과정에서 낙마해 20대 총선에서 떨어졌고 자녀가 로스쿨 재학생이거나 졸업한 의원들도 뚜렷한 특혜입증이 없었지만 곤욕을 치렀다. 오히려 지역구 사정상 사시 존치운동 덕에 당선된 경우도 나왔다. 


◇'먹거리 창출' 변호사 생존권이 최대 이슈


다만 이번 선거에선 '사시 존치'가 더 이상 뜨거운 이슈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사시 폐지는 합헌 판단을 받았고, 존치운동의 세가 한풀 꺾였을 뿐 아니라 로스쿨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면서 전처럼 노골적인 사시 존치 공약을 내걸 간 큰 후보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많은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변호사업계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법조시장을 개척하거나 수요를 창출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돈다. 따라서 이번 변협 선거 등에선 이미 사실상 불가능한 사시 존치 자체를 주장하기 보다는 변호사숫자 축소를 중심으로 한 생존권관련 공약이나 업계 관심사인 법률시장개방, 변호사 일자리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수임건수가 급감하는 등 생존권이 실질적으로 위협받는 현실때문에 투표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변호사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과거처럼 정치적 사안마다 관여하는 공익적 성격의 변협보다는 변호사라는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로서의 기본 역할에 충실해 줄것을 요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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