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로그인] e스포츠 연습 경기 영상이 영업비밀 될 수 있을까

요건 갖췄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 높아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11.06 07:45

서울 마포구 서교동 Z:PC방에서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고 있다./사진=뉴스1

컴퓨터 게임을 바탕으로 플레이어가 서로 승부를 겨루거나 기록을 세우는 e스포츠에서 연습 경기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금 e스포츠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은 LoL(리그 오브 레전드)다. e스포츠의 게임 특성상 많은 연습 경기를 해볼 수록 유리하다. 연습 경기도 실제로 높은 실력을 갖고 있는 팀과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엔 한 팀이 두 개의 선수 조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든 팀이 하나의 조만을 보유한다. 연습을 하기 위해선 다른 회사에 소속된 팀과 해야 하는데 이것이 쉬울 리 없다.  A라는 팀이 연습 경기를 하기 위해선 직접 경기를 해야 할 B팀과 연습 경기를 할 수는 없다. 때문에 C팀, 또는 D팀과 연습 경기를 해야 하는데 각 팀마다 사정이 달라 매치가 이뤄지기 어렵다.


게다가 e스포츠는 인터넷 속도 등 미세한 차이에도 선수들이 민감하기 때문에 연습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실제 경기와 같은 환경에서 치뤄야 한다. 해외 팀의 경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 나라까지 와서 연습 경기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비행기 비용, 현지 체류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습 경기 영상의 유출이다. 우리나라 팀들끼리 연습 경기를 할 때도 그렇지만 해외 팀과 연습 경기를 할 때는 더욱 연습 경기 영상 자체를 녹화해 분석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상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LoL 게임은 각 선수가 특정 캐릭터를 골라 경기를 하는데 5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하기 때문에 각 선수가 어떤 캐릭터를 골랐느냐만 알게 되어도 게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략을 미리 알고 게임을 하게 되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크게 올라간단 얘기다.


e스포츠가 시작됐을 때부터 이런 의혹은 꾸준히 존재했다. 스타크래프트1(스1) 때는 아예 한 경기가 끝나면 리플레이를 따로 저장할 수 있는데 연습 경기 후 리플레이 파일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살펴봐야 할까.


e스포츠팀의 연습 경기 영상이나 게임 리플레이 파일이 유출된 것은 회사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된 것과 유사하다. 이런 사건은 실제로 뉴스에 보도되는데 최근에도 자동차 회사의 설비 도면 등의 유출이 문제되기도 했다.  


회사에서 중요한 정보라고 해도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써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뜻한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 또는 기술이 △공연히 알려지지 않아야 하고 △경제적으로 유용해야 하며 △비밀로 관리돼야 한단 얘기다. '기밀' 또는 '대외비' 등의 표시를 해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임을 알리고 제한된 직원만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경우에만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 재판에서 회사가 법원으로부터 유출된 정보를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연습 경기 영상이나 게임 리플레이 파일이 유출된 것을 확인했을 때 이를 영업비밀 유출로 보고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영업비밀임을 인정받기란 어려울 것이다.


e스포츠팀들이 이 정보들을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그렇게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관리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거니와 아직은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e스포츠에서 연습 경기 영상이나 리플레이 파일을 유출하는 것은 한 회사에서 전력을 다해 연구한 기계 설비 도면을 유출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그 정보로 인해 전략이 유출되고 게임의 승패가 바뀔 수 있으며 그 한 경기로 인해 결국 그 팀이 우승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연습 경기는 실력을 향상시키고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각 팀의 내부 전략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e스포츠 내·외부에서 이와 같은 유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주려고도 하지 말고 받으려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정보들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 팀 내부에서 보안 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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