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만취손님 방치 사망…술집주인 "유기치사죄"

대법, "주점 주인에게 손님 도울 계약 상의 부조 의무 인정"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12.08 03:46


술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만취한 손님을 방치해 죽게 만든 경우에는 유기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씨는 신정 연휴를 앞두고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 손님으로 와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 B씨에게 술을 마시러 오라고 권유했다. B씨는 그날 직원들과 회식을 하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날 밤 주점에 와서 다른 손님이 없는 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B씨는 2010년 12월31일 밤부터 2011년 1월3일 오전까지 계속해 양주 5병, 소주 8병 및 맥주 30여 병을 마셨다. B씨는 두 차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옷에 소변을 보는 등 만취한 상태에 있었다. 그 사이에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B씨의 돈을 훔쳤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주점에서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트레이닝복만 입고 있었다. 따로 이불이나 담요를 덮지 않은 채 양말까지 벗고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B씨는 경찰관들에 의해 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저체온증과 대사산증으로 사망하였다.

이 상황에서 A씨에게 유기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A씨가 돈을 훔쳤기 때문에 강도라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절도와 유기차시죄를 따로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 애매한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대법원은 A씨에게 절도죄와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1도12302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유기죄에서 그 행위의 주체를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라고 정하고 있다"면서 "여기엔 계약의 해석상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신체 또는 생명에 대해 주의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부수적 의무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은 "계약상 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계약관계의 성질과 내용 △계약당사자 기타 관련자들 사이의 관계와 그 전개양상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부조(도움)가 필요하기에 이른 전후의 경위 △필요로 하는 부조의 대체가능성을 포함해 그 부조의 종류와 내용 △달리 부조를 제공할 사람 또는 설비가 있는지 여부 등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해 '계약 상의 부조의무'의 유무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주점 주인에게 손님이 위험하지 않도록 도울 의무(계약 상의 부조의무)가 있다고 봤다. 즉 A씨는 주점의 운영자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던 손님인 B씨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단 얘기다.

A씨는 B씨를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에 있는 여관에 데려다 줘 쉬게 하거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결과 B씨는 사망했다. A씨는 자신이 도와줘야 의무가 있는 사람인 B씨를 도와주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죽게 만들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유기치사죄의 책임을 져야 하는 셈이다.

◇ 판결 팁 = 유기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방치한 사람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에서 계약 상의 부조의무가 인정돼야 한다. 이 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관계의 성질과 내용 △계약당사자 기타 관련자들 사이의 관계와 그 전개양상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부조(도움)가 필요하기에 이른 전후의 경위 △필요로 하는 부조의 대체가능성을 포함해 그 부조의 종류와 내용 △달리 부조를 제공할 사람 또는 설비가 있는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①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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