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불출석한 최순실, 국회 책임이다

[조대진의 法으로 본 시사이슈] 최순실·우병우 불출석 '버티기', 결국은 처벌강화 입법 못해 놓은 국회탓…사후 약방문식 뒷북 입법에 국민은 답답함 느껴

조대진 변호사(법무법인 동안) 2016.12.28 01:35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불출석사유서. 국조특위는 최 씨가 자필로 쓴 사유서를 26일 공개했다.(국조특위 제공) /사진=뉴스1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과 여야 특위 위원들이 26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 청문회에 최순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자 접견실에서 비공개 청문회를 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이날 현장 청문회는 구치소쪽의 거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뉴스1


최순실은 여전히 당당했다. 지난 6차 국회 국정조사특위 서울구치소 현장 청문회에 최순실은 '당당히'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미안한 감정은 표면적, 형식적으로만 나타낼 뿐 정작 검찰의 공소사실인 국정농단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전면부인하고 있다.

본인이 왜 구속되었는지를 잘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구치소까지 찾아간 국조위원들에게 되물었다고 하니 그녀의 진짜 마음은 굳이 되묻지 않아도 될듯 싶다.

그녀의 진짜 마음은 알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유야 어쨌든 국정조사에서 그녀의 말 안되는 해명과 일말의 사과의 음성이라도 직접 들어보려 했던 국민적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사실 언론에서 드러난 그간 최순실의 행동모습과 성향으로 보았을때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른사람에게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한 자기 주장이 강한 그녀. 또한 비선실세로써 막대한 권력을 그 부친 때부터 누려온 최순실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할 것이 뻔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추론이었다.

그러나 최순실의 불출석만큼 국민 감정을 거스른 부분은 또 다른 곳에도 숨어있다. 쉽게 말하면 이 정도로 중죄를 저지른 최순실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국정조사에서조차 강제로 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참담함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국조특위위원들이 '비선실세 최순실을 알현'하여 진술을 듣기 위해 직접 서울구치소로 방문하는 모습까지 벌어졌다.

일관되게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국정조사 청문회조차 불출석으로 버티고 있는 최순실을 이대로 그냥 두고 청문회를 마칠것이냐는 국민의 목소리에 압박을 느낀것인지, 아니면 국조특위 위원들이 스스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난 1997년 한보청문회 이후 20여년만에 구치소 청문회가 다시 벌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럼 정말로 최순실을 '강제'로 청문회에 불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정답부터 말하면 현재로써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서 보고 또는 서류제출의 요구를 받거나, 증인이나 참고인으로서 출석이나 감정을 받은 경우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즉 정당한 이유없이 이같은 의무에 불응하는 경우, 동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정당한 이유없이 증인이 출석을 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이른바 '동행명령', 즉 쉽게 말해서 알아서 스스로 나오라는 최후통첩 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래도 출석을 안하는 경우에는 국회 모욕죄로 5년이하 징역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럴듯한 처벌 규정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들이 실제 주요한 경우에 있어서는 실제적인 출석을 담보하는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또한 실제로 이러한 규정들로 인하여 처벌 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즉 있으나 마나한 법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동행명령장의 경우도 실제로 본인이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 이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조차 없기때문에 불수령을 이유로 문제 삼기도 쉽지 않다.

끝까지 요리 조리 잠적해가며 송달을 교묘히 피해다닌 우병우 전 수석이나 장모 김장자, 그리고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의 경우도 이러한 법의 맹점을 하나같이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그런 도피가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1988년 동행명령 시행이후 임의적인 불출석으로 인해 국회모욕죄로 처벌 받은 건수는 단 2건이며 그나마도 벌금형에 그쳤다.

처벌이 이렇게 솜방망이고 또한 실제 처벌된 경우도 드무니, 당연히 청문회에 나와서 '공개적인 망신'당하는 것보다 가볍게 한 번 처벌받고 마는 것이 차라리 이익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할 듯 싶다.

청문회가 벌써 6차에 이르렀다.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찬하는 의원들 스스로의 목소리보다 실제로 꼭 필요한 주요 인물들을 세우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의 목소리가 더 크다.

국회의원들도 이제서야 이러한 문제점을 알았는지 호들갑 떨며 관련법 개선을 들고 나왔다. 이제껏 고칠 생각조차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진하게' 겪어보니 본인들 스스로 불편했기 때문에 법 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탓일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들에게 여러방면으로 다양하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주었다. 첫째는 대통령의 무책임과 무능이요, 둘째는 최순실의 뻔뻔함과 죄의식없는 당당한 태도, 마지막 셋째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 못한 검찰과 국회의원들이었다.

첫째, 둘째야 그렇다치고, 셋째의 경우는 뒤늦게 이제와서 열심히 하는 척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얄미울 지경이다.

가장 이상적인 국가는, 각 국가기관들이 국민의 개별적인 요구가 없더라도 능히 그 역할을 알아서 잘해내는 것이다. 뒤늦게 제발 저려서 호들갑 떨며 하는 것 말고 말이다.

국민은 먹고 살기 바쁘다. 어떠한 입법이 어떠한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질 것을 요구할 수도, 예상하여 행동할수도 없다. 국민들은 개별적으로 그러지 못하기에 국회와 각 기관에 그 권한을 위임하여 맡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나 불편함을 느끼고 상태에 있다면, 이를 위임받은 기관은 이미 의무를 해태한 상황이라 보는것이 옳다.

이제라도 국회나 국가기관들이 더 이상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도록, 국민으로 부터 주어진 임무와 의무를 다시한 꼼꼼히 살피고 챙기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법무법인 동안의 조대진 변호사는 1기 전국 로스쿨 대표자 협의회 회장 출신으로 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운영위원, 아름다운 가게 법무윤리경영실 변호사 등 공익·시민단체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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