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유사직역 통폐합해야…사시폐지가 맞다"

서울변호사회 차기 회장 이찬희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1.23 18:54

이찬희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총 투표 8420표 중 4503표를 얻으며 과반을 넘겨 당선됐고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협회를 이끌게 된다./사진=뉴스1
이찬희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된뒤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 당선자는 총 투표 8420표 중 4503 표를 얻으며 과반을 넘겨 당선됐고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협회를 이끌게 된다. 2017.1.23/사진=뉴스1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의 신임 회장에 이찬희(52) 변호사가 당선됐다. 서울변회는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017년도 정기 총회를 열고 이 변호사를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찬희 당선인은 먼저 "압도적인 표차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아직도 내부에는 갈등을 빚는 계층들이 있다"면서 "이번에 저를 지지해주신 회원분들께서 주신 소명은 바로 갈등을 해소하고 바로 변호사들의 직역 수호와 생존권 보장을 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또 이어 "지금 당면한 문제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를 변협과 긴밀히 연계해서 해결하고 변호사 업계 내부를 화합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당선인께서 생각하는 당선 원인은 무엇인가요.

당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갈등을 좀 해소하자는 생각들을 가진 변호사들이 많았다고 본다. 꼭 사시 존치를 둘러싼 갈등 뿐 아니라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 중견 변호사와 젊은 변호사, 사내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 대형 로펌과 서초동 개업 변호사들의 갈등을 친화력 있고 회무 경험이 풍부한 제가 해결하기에 가장 적임자라서 회원들이 선택해주신 걸로 생각한다.

- 어떤 공약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회원분들이 가장 많이 해주신 말씀이 “그래, 이제는 복지가 맞지”란 것이었다. 갈등은 이제 모두가 지쳤다. 변협은 변호사 수나 직역 수호에 전념을 하고 서울회는 서울회 답게 그 위상과 기능에 맞게 회원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복지다.

- 지난 집행부가 했던 일 중 계승할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 김한규 회장께서는 사시 존치를 원하는 변호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당선됐지만 그 후엔 중립적인 입장으로 행동했던 것으로 안다. 실질적으로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의무연수 비용을 인하한다든지, 재입회비를 면제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했다. 이러한 것들은 서울변회가 할 수 있는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지난 집행부에서 했던 것들 중 어떤 것은 계승하고 어떤 것은 개혁할지 자세한 부분은 좀 더 연구하고 발표하겠다.

- 유사직역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신가요.

지금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법조인이 소수였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유사직역이 탄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로스쿨을 도입해서 일년에 변호사 시장으로 보면 너무 많은 변호사가 배출된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정부나 공기업에도 변호사가 들어가서 우리나라를 법치주의화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변호사가 다른 일을 할 수 없도록 길을 막아놓고 오로지 다 송무만 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후 해결이 필요하다.


변협 다음 집행부의 유사직역 통폐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또 변호사 단체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이다. 변협과 긴밀히 협조해 변호사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 또 유사직역을 철폐하면서도 국민의 제대로된 법률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야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게 된 취지와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새 집행부 중 유철형·염용표 부회장은 어떤 분이신가요.

부회장으로는 두 명 중 유철형 변호사는 조세 전문가다. 변호사들이 고소득일 때의 세금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부당한 세금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불합리한 국민들의 세금 부분도 전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세개혁안을 내놓을 생각이다.


이어 염용표 변호사는 회무에 참여한 적이 있고 검찰에서 근무하신 경력이 있다. 법원·검찰과의 관계를 고려했고 이후 형식적인 교류가 아니라 상시 협의 기구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 변호사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은.

공약으로 냈던 것처럼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 같이 어울리면서 대화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시 존치와의 갈등이 과연 연수원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 모두의 생각이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가 변호사회 전체의 생각을 왜곡시켰다. 만약 그 분들이 다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이 정도의 득표수가 나올 수가 없다.


이렇게 큰 표 차이가 났다는 것은 이제 출신을 떠나 더 이상 갈등이 싫다는 것이다. 출신에 따라 이유없이 적대하는 이런 것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변호사라면 다들 하나가 되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그 첫걸음이 오늘 시작된 것이다.


누구든지 찾아가겠다.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러 두 번, 세 번 정도 찾아갔지만 앞으로도 더 이상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겠다. 회원들과 수시로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 앞으로 인수인계 등 일정은.

인수인계 위원회 만들어서 변호사의 발전을 위해서 한 달이면 한 달 등 인수인계 기간을 갖고 업무에 대한 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회무 경험이 충분한 사람도 있지만 처음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전임 분들의 업무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업무도 더 잘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변호사회 선거 날짜를 대한변협이랑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여러번 선거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비효율적이다. 서울회가 총회 날짜 기준으로 해서 그렇게 된 건데 선거를 먼저하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총회에서 이취임식 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이를 위해서라면 임기를 일정 정도 조정하는 것도 상관없다.

- 변호사 인원 감축에 대한 생각은.

기존 인원이 많다고 생각한다. 서초동에 변호사가 이렇게 많나 할 정도로 많다. 생활도 정말 어렵다. 변호사 방이 없는 경우도 많다. 사무실 유지를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수가 적정한가. 그것을 생각할 때 모든 출발선의 전제는 유사직역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다른 길을 봉쇄하고 처음의 약속과 달리 변호사가 변호사로 송무 일만 하게 하는 것은 로스쿨 도입 취지와 다르다. 이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로스쿨 왜 도입했는지 그 근본 취지부터 따져야 한다. 만약 변호사가 할 일이 많아지면 그 숫자를 굳이 줄일 필요 없다. 변호사가 하는 법률 서비스가 보다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줄이는게 맞을 수 있지만 직역이 확대되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로스쿨에 재학 중인 사람의 권리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숫자를 줄이려면 변시 합격률을 낮춰야 하는데 이것은 신뢰의 원칙에 맞지 않다. 로스쿨에 입학하는 사람의 인원을 줄여야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특별한 문제 없으면 법률시장에 나가는 것이 맞다. 각 로스쿨이 또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이것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 사시 제도에 대한 생각은.

사시 존치를 주장하나 폐지를 주장하나 다 각 변호사들의 신념이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본인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 그것을 이유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배척돼야 한다.

지금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면 과연 변호사 몇 명을 사시 제도를 통해 뽑을 수 있을까. 로스쿨이 있는 학교는 다 법학과를 없앴는데, 그렇다면 어디에 가서 법을 배워야 할까. 정규 학교가 아닌 곳에서 법을 배운 사람들이 과연 법조인으로 제대로 윤리를 갖출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사시를 통해 소수 인원을 계속 뽑게 된다면 예전처럼 될 것이다. 예전에는 사시에만 합격하면 영감님 소리 듣고 개업하면 금방 부를 축적했었다. 합격자 수가 적으면 금방 엘리트화가 되고 법조계에 하나회 같은 조직이 생길 수도 있다. 사시는 이제 약속대로 폐지되는 것이 맞다.

법조인은 모두 평등해야 한다.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출신으로 평가 받으면 안 된다. 일부 변호사들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실력이 없다고 매도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저는 현재 사시를 합격한 연수원 출신, 변시를 합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와 모두 같이 일하지만 모두 일을 잘 한다. 출신에 따라 선 긋는 프레임, 갈등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단 경제적 약자라든지, 대학 나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야간·온라인 로스쿨이 도입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로스쿨의 장학제도도 자리 잡았지만 더 개선해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Who is] 1965년생인 이찬희 변호사는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났다. 용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 학사와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사법연수원 30기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서초동 변호사업계 소식을 전하는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변협 사무총장, 서울변회 재무이사 등을 지냈다. 영화·글쓰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스스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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