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받는 '퇴직금'은 다른 점이 있다?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김용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03.09 07:09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할 경우 회사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법인세법은 임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은 상법상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제·개정할 수 있는 정관 등에 근거해 지급되는 퇴직금만 '손금'으로 인정한다. 손금은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지출'을 말하는데, 손금이 클수록 법인세는 줄어든다. 

즉, 법인세법은 회사의 정관 등에 따라 만든 '퇴직급여 지급규정'에 임원에게 지급할 퇴직금의 액수를 정해두거나 퇴직금 계산 기준을 마련해 둔 경우, 이에 따라 지급되는 퇴직금만 손금에 포함된다. 이런 기준이 없다면 퇴직하는 날부터 소급해서 '1년 동안 지급한 총 급여액의 10%에 일정한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손금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초과해 지급한 퇴직금은 손금산입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임원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별도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여기서 임원에게 지급하는 퇴직금이 정관이나 퇴직급여 지급규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된 것이기만 하면 언제나 손금 산입이 허용되나?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정관이나 퇴직급여 지급규정에 따라 지급된 퇴직금이라도 상황에 따라 손금산입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153 판결).

A회사는 합병을 앞두고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로 임원(이사 및 감사)에게 '퇴직 직전 3월의 평균임금×재임연수×지급률(20배)'의 방법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합병 전 퇴직한 임원들(사주의 자녀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지급규정은 해당 임원들이 퇴직하기 몇 개월 전 만들어졌다. 또 해당 임원들의 월 급여가 이 규정이 만들어진 날을 전후해 약 4~6배 인상됐다. 그 결과 이 임원들은 근속연수가 불과 약 4년에 불과했는데도 약 18~20억원의 퇴직금을 받게 됐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다른 임원의 퇴직금(약 3억원) 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대법원은 해당 퇴직급여 지급규정이 실질적으로 근로 등의 대가로 퇴직금을 지급하려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의 형식을 빌려 특정 임원에게 법인의 자금을 나눠주기 위한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리고 대법원은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으로 ①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이 퇴직급여를 급격하게 인상해 지급하는 내용으로 제∙개정될 경우 ②그러한 제∙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퇴직임원으로서 급격하게 인상된 퇴직급여를 지급받게 될 경우 ③그에 따라 지급되는 퇴직급여액이 퇴직임원의 근속기간이나 근무내용, 다른 비슷한 규모의 법인에서 지급되는 퇴직급여액 등과 비교해 볼 때 도저히 재직기간 중의 근로나 공헌에 대한 대가라고 보기 어려운 과다한 금액일 경우 ④규정 자체나 법인의 재무상황, 사업전망 등에 비춰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그러한 퇴직급여가 지급될 수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향후 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의 효력 및 그에 따른 퇴직금의 손금 인정범위에 관한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대법원의 판단이 임원 퇴직금의 손금산입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 규정의 문언을 벗어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 대법원 판결은 비슷한 사례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회사들은 임원 퇴직급여 지급규정을 개정하거나 임원의 급여를 인상할 때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손금 부인 기준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그 개정 또는 인상의 취지나 경영상 필요가 충분히 납득될 수 있도록 관련자료를 준비해 두는 등 대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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