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로 전쟁터 된 학교 앞…막을 수 없나요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 1달치 신청…집회·시위 법대로 하면?

박보희 기자 2017.03.15 19: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이틀째인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검정색 대형 승용차가 나오고 있다. 2017.3.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시끌해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돌아온 '삼성동' 얘기입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는 연일 '박 전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이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박 전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이들은 이 날부터 자신의 집을 나와 박 전 대통령 집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종 군가, 구호를 외치며 '불법탄핵 원천무효'를 주장합니다. 사고도 이어졌는데요. 야밤에 울면서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때리던 여성이 경찰에 끌려가고, 60대 남성 두 명은 경찰 폭행 혐의로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시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를 출범, 이미 다음달 12일까지 집회를 신고해놨습니다. 신청해놓은 한 달 치 집회를 마치면, 다음 달에 또 집회를 신고해 앞으로 4개월 동안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곳에 사는 주민들입니다. 박 전 대통령 사저는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와 벽을 맞대고 있는데요. 학교 후문과 박 전 대통령 사저 입구가 맞닿아 있어 시위대들은 후문 앞에 밀집해있는 상황입니다.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걱정입니다. 일부 시위대가 술을 먹고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에는 수십여대의 차가 불법주차돼 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혹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나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거죠.

경찰은 집시법(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각종 집회·시위에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온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며 지켜보겠다니 한 편으로는 환영할 일인가도 싶은데요.

시위대와 주민들 간 갈등이 커져가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상황이 해결돼야 하는 것도 분명할텐데요.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시위대 수는 더 늘고, 더 과격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적으로 어떤 경우에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고, 이로인해 피해가 예상되거나 생겼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학습권 침해 우려되는 학교 주변…'집회·시위' 제한 가능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경찰에 집회·시위가 신고됐더라도 주거지역이나 학교 주변이고, 주민 등의 요청이 있다면 막을 수 있습니다.

집시법 제8조 제5항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 집회·시위로 재산·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학교 주변 지역으로 집회·시위로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거주자나 관리자는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은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말이나 서면으로 알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집시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주거지역이나 유사한 장소'는 '주택 또는 사실상 주거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축물이 있는 지역과 이와 인접한 공터·도로 등을 포함한 장소' 입니다. 또 소음·진동관리법 시행령 제2조는 학교 주변을 '학교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미터 이내 지역'으로 정해놨습니다. 박 전 대통령 사저는 주거 지역이기도 하고 학교 주변에도 포함됩니다.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이를 근거로 경찰에 집회·시위를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파출소와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은 주민들의 서명을 모아 강남경찰서에 집회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입니다.

◇경찰 제한 결정에도 '집회·시위' 계속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변호사들은 학교 주변의 경우 집회·시위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면 학부모와 학교 측에서 경찰에 '집회·시위 제한·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용우 변호사는 "인근 주민들이 이유를 밝혀 관할 경찰관서장(강남경찰서장)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시위 제한 금지 요청을 할 수 있다"며 "구두로 요청할 경우 이유를 밝힌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윤정 변호사 역시 "학교장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학교 주변 지역 보호 요청을 하면 서장이 집회·시위 금지를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며 "인근 주민들 역시 사생활 평온 침해를 이유로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경찰의 통고를 받고도 계속하면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집회·시위를 주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이 조치 취하지 않으면…법원에 '시위금지가처분' 신청 가능

경찰이 집회 제한 요청을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경찰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변호사들은 법원에 '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주민들의 사생활 평온,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이때 위반행위 1일에 얼마 식으로 간접강제 신청도 함께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예를들어 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해서 법원이 '하지 말라라'고 결정을 했는데도 집회·시위를 계속 할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벌금을 내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놓는 거죠. 집회를 하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을 어기고 집회를 할 때마다 하루에 얼마 식으로 간접강제금을 내도록 하는 겁니다. 

통상 시위금지가처분은 영업장 앞에서 사업주 등을 규탄하는 내용의 시위를 여는 경우 명예권, 영업권 침해를 들어 법원의 허락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박 변호사는 "시위가 전면 금지되지 않더라도 구호 사용 제한, 확성기 사용 제한, 참가인원 제한 같은 가처분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유없이 시비걸고 불안감 조성하면 '경범죄'…10만원 이하 벌금·구류까지

변호사들은 집회·시위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시위대가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도는 넘어서서 행동을 한다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윤보미 변호사는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소란을 피웠다면 집회와 상관없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경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유치장 등에 가두는 처벌) 또는 과료(일종의 벌금)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9항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이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거나 귀찮고 불쾌하게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경범죄에 해당합니다.

또 제21항은 '악기·라디오·텔레비전·전축·종·확성기·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 역시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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