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봉 4억 이선애 변호사 "전관예우 없다"

"전관예우 경험도 못했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이선애 헌재 재판관 후보자…안일하고 순진한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 문제없을까

유동주 기자 2017.03.28 05:31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이다. /사진=뉴스1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이 후보자는 지난 1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후임이다./사진=뉴스1


"전관예우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전관예우를 직접 경험한 적은 없다. 전관예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선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인청)를 보고 있던 기자는 이 후보자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동시에 '저렇게 순진한 분이 대통령도 파면시킬 수 있는 권능을 지닌 헌재 재판관 자리에 가도 될까'란 걱정이 바로 들었다. 

국민 대부분이 법조계 '전관예우'가 실재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집단은 우리 나라에 딱 한 곳이다. 바로 법원이다. 법원은 사법불신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전관예우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관예우는 없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오해하니 불식시키기 위해 대책마련은 하겠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전관예우 없다'는 대법원 입장 판박이

지난해 6월 30일 정운호 게이트로 한참 법조비리가 이슈였을 때 열린 20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대법원 첫 업무보고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전관예우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고 처장은 "개인적으로 전관예우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이 그렇게 믿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며 전관예우는 '국민들의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법사위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엔 "전관예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데 국민들이 전관예우 존재를 믿고 있다"는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법원의 그간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 반복된다. 정확하게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실제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전관예우의 존재를 믿고 있다면 그러한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수십 번 반복돼 눈에 거슬릴 정도지만 인청 준비를 도와주는 대법원·헌재의 국회업무 담당자들이 소위 '모범 답안'으로 제안했으리라 싶었다. 그동안 대법관·재판관 후보자들의 서면답변에 썼던 '전관예우' 항목을 그대로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 한 것일 수 있어서 기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서면답변서는 실제론 후보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마'라는 심정으로 '솔직한 답변이냐'고 재확인한 법사위원들

그런데 후보자 자신이 정색하며 청문회장에서 "전관예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발언이 거슬린 것은 기자만은 아니었던 듯 싶다. 청문회 의사진행을 하던 검사출신 권성동 법사위원장도 이례적으로 위원장석에서 "전관예우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답변 했는데 솔직한 답이 아닌거 같은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솔직한 답으로 올렸다. 왜냐면 전관예우라 한다면…전관예우가 존재하는가 조차도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인데 저로선 법원에 있다가 연구관으로 있다가…"라고 답했다. 십여 년을 판사로 재직했지만 마지막에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퇴직했기에 전관예우를 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다. 발언태도는 진지했고 진심으로 자신은 전관예우와는 관련없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 후보자는 좁은 의미의 '전관예우'만을 문제라고 생각한 듯 하다. 판·검사가 퇴임 직전 근무했던 법원·검찰앞에 바로 개업을 하지 못하게 돼 있는 최소한의 전관예우 방지규정인 현행 법령만을 기준으로 본 탓이다.

역시 검사출신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그 지점을 지적했다. 백 의원은 과거 이 후보자가 변호사시절 제약업체 세미나에 참석해 "행정법원과 헌재가 서로 내부적 네트워크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바로 인맥을 통한 전형적인 전관예우 형태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무심코 판사들 사이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변호사의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걸 문제삼은 것이다.

24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이선애 헌재 재판관 후보자에게 질의하는 백혜련 더민주 의원/출처=국회방송

◇"밤새워 일해 4억 받았다" vs "밤새 일해도 누구나 4억 받진 않는다"

백 의원은 이어 "전관예우 개념에 대한 인식이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며 "대형 로펌에서 연봉 4억 넘게 받는 자체가 전관예우의 표징"이라고 이 후보자가 받던 고액 연봉도 거론했다. 이 후보자는 로펌에서 6년간 약 26억원을 받았다.

아울러 "(고연봉 자체가 전관예우라는)그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본인의 능력, 오로지 그것으로 연봉 4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백 의원 지적에 수긍하지 않고 오히려 "일주일에 3~4일 밤새워 일했다"며 자신의 연봉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며 항변했다. 백 의원은 이에 격앙돼 "제가 현직 검사로 일할 때도 그렇게 많이 했고 여기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일반 국민들도 전문직이 아니어도 그렇게 (밤새워)많이 한다"며 "그런데 그중에 누가 연봉 4억을 받느냐"고 소리높였다. 

백 의원이 언성을 높이자 이 후보자도 더 세게 반박하진 않았다. 다만 "제가 받은 연봉이 전관예우를 통해 일을 하지 않고도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씀 드린다"며 끝까지 고액 연봉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음을 강조했다.

질의시간 종료로 백의원은 "후보자의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발언으로 마쳤지만 격앙된 감정을숨기지 않았다.

◇이정미 前 재판관 후임될 이선애 후보자

이변이 없다면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서명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 후보자는 헌재에 합류하게 된다. 헌재의 탄핵심판 노고에 대한 국회의 응답인진 모르겠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지난 24일 바로 현장서 이견없이 채택됐다.

이 후보자는 사실상 여성몫으로 이정미 전 재판관 후임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됐다. 큰 흠은 없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과연 정상적인 정치환경, 헌재체제에서도 인청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탄핵과정에서 헌재 재판관이 9명이 7명으로 줄어든 비정상적인 상황을 빨리 해소시켜야 한다는 강박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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