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부업' 사외이사?…잘못하면 패가망신!

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4.03 10:2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바야흐로 주주총회 시즌이다. 3월 24일, 결산 상장 법인 절반에 육박하는 920여개 상장사의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주로 3월말에 열리는 주주총회에는 주로 전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승인과 함께 새로운 이사 선임이 의안으로 올라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기업들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그리고 사외이사로는 정·관계, 법조, 경제계, 학계 등에서 명성이 높은 이들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회사는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전문지식을 함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넓은 안목과 비전을 갖추고 있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이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후보로 추천한다'는 상용어를 넣곤 한다. 
많은 사외이사들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가끔씩 사외이사는 '거수기', '방패막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재벌 오너의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해 1999년 개정상법은 감사위원회제도를 도입하면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일 것'을 요구했다. 사외이사의 정의를 간접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이후 상법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생겼다. 

흔히 사외이사는 회사에 몇 번 출근하지도 않으면서 가끔 열리는 이사회에 출석해 '거수기' 역할만 하고 1년에 적게는 몇 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꿈의 부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별다른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사외이사 제의를 수락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 법에서 정한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 최근 사외이사와 관련해 책임을 인정한 판례들을 살펴본다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사외이사라서 아무것도 모른다?…"큰일 날 소리"

최근 회사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 등을 통해 만든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주주들이 잘못된 재무제표를 승인한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소위 경영진인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사외이사에게까지 책임을 물리는 것이 가혹하다는 판단에 소송 대상에서 제외시켜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서는 사내이사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에게도 책임을 물리겠다는 소송이 많아지고 있다.

법적인 관점에서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의 상무(常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다. 상무에 종사하는 사내이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 감시의무 등 각종 의무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는 동일한 책임을 진다. 

따라서, 사외이사가 각종 의무 위반으로 제3자 또는 주주 등에 손해를 입혔다는 소송을 당한 경우 "나는 회사에 가끔씩 나와서 회사 사정을 잘 모른다", "이사회 결의 당시 회사에서는 내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당시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상태였다", "나는 주요 이사회에 참석한 사실도 없다" 등의 대답은 올바른 대응방법이 아니다. 

형식적으로만 결재하였을 뿐 실제 업무를 보지 않았다거나,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식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사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한 것'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이사들이 찬성할 때 그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면책을 주장해야 한다.

사외이사 맡았다면 '감시자' 역할 충실히 해야

아마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책임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에 사외이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회계부정 사태 등을 생각하면 얼마 안되는 연봉에 혹해 사외이사를 잘못했다가 패가망신할 것 같다는 위기감도 당연히 생길 법 하다. 

사외이사는 상근하면서 회사가 운영되는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감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내이사에 비해 회사 업무에 대한 이해도 및 주요 사항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에게 과중한 책임을 부담시킬 경우 유능한 사외이사를 경영현장에 초빙할 수 없게 된다. 

이를 감안해 우리 판례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사외이사의 책임비율을 사내이사에 비하여 낮게 책정하는 정책적 판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외이사의 책임제한에 관한 법제화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사외이사의 책임제한의 정도가 박(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를 맡으려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외이사직을 수락하실 때에는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만일 수락하셨다면 회사의 감시자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를 이해하고 공부하셔야 합니다. 사외이사직이 단순한 부업이라고 생각하시다가는 큰코 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외부 필진의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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