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예식장서 축의금 가로채 달아나면 무슨 죄?

축의금 접수인 행세해 돈 빼돌리면 '절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4.05 14:28


우리 형법상 절도죄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다. 여기서 절취란 다른 사람 소유이면서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권한 없이 함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제3자 간 돈을 주고받는 행위 사이에서 사람을 속여 돈을 빼돌리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소유이자,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재물을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96도2227)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미장기능사 2급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서 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겨울철이 되자 일거리가 없고 방세가 밀리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자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결혼식이 있는 예식장을 방문해 본인이 축의금 접수인인 척 신부 측 접수처에 앉아 축의금을 받은 뒤 달아났다.

 

이후 체포된 A씨를 검찰은 절도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돈을 훔친 것이 아니라 거짓말로 사람을 속여 돈을 받은 뒤 이를 가져간 A씨의 행위를 '절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에게 절도죄 유죄를 인정했다. A씨가 일면식도 없는 신부 측의 돈을 절취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결혼예식장 신부 측 하객은 축의금 접수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A씨에게 축의금을 내어 놓았고, A씨가 이를 받아갔다"며 "신부 측 하객이 A씨에게 축의금을 줬던 것은 신부 측에 돈을 전달하려는 것이지 A씨에게 그 축의금에 대해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하객이 A씨에게 돈을 준 것은 단지 신부 측 접수대에 축의금을 교부하려는 취지에 불과하다"면서 "A씨가 그 돈을 가져간 것은 결혼하는 신부 측 접수처의 점유를 침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접수대에서 돈을 받을 권한 없이 접수인인 척 했던 A씨는 신부 측의 진짜 접수인들이 점유하는 접수처에 함부로 들어가 돈을 가로챘으므로,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점유하는 돈을 절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 판례 팁 = 절도죄와 같은 '재산범죄'에 관한 우리나라 학자들의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유죄 성립을 위한 요건인 주관적 불법요소로서 '불법영득(不法領得)의 의사'가 필요로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불법영득의사의 유무에 따라 절도죄의 성립 여부도 결정된다.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 일시적 타인 물건 취득은 절도가 아니지만, 법률에서는 이런 행위를 '사용절도'라고 한다. 사용절도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이 영구적으로 취득하겠다는 의사가 아니라, 단순히 일시적으로 사용만 하려는 목적으로 가져와 사용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절도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고, 소유자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도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우리 법원(2012도1132)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정도의 일시적인 사용을 하다 물건을 돌려준 경우에도 △그 물건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상당 정도로 소모했거나 △사용한 시간이 길어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거나 △물건을 본래 장소와 다른 곳에 돌려준 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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