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관계

[친절한판례氏] 회사 체력단련실서 목 눌려 사망…산재 될까?

근무시간 전이어도 업무 준비행위로 볼 수 있어…"업무상 재해 맞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4.13 09:41

회사의 근무시간 중 업무로 인한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그 사망은 근로자에게 있어 '업무상 재해'이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며, 그에 대해 규정하는 법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다.

 

이와 관련해 '업무 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한 '근무시간 전' 근로자의 행위로 인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2009두10246)가 있어 소개한다.

 

X주식회사는 근로자들의 요구로 근골격계질환 예방 차원에서 회의실 용도의 장소에 체련단련실을 설치했다. 이 체력단련실은 주로 점심시간에 이용되긴 했지만, 원칙적으로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이용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체력단련실의 열쇠는 근로자 2명이 관리를 하고 있었고, 회사는 체력단련실 내 운동기구들을 구입해주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이용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X주식회사에서 주물을 용해하는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70여명의 근로자들 가운데 체력단련실을 가장 많이 이용하던 근로자에 속했다.

 

A씨는 평소 작업을 시작하는 오전 9시보다 1시간 빨리 회사로 출근해 체력단련실에서 역기 운동을 했다. 작업장에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금속을 용해해 20~30kg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고된 작업으로 발생할 근골격계질병 예방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근육의 힘을 강화시킬 운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업시간 전 A씨는 체력단련실에서 역기대에 누운 채 역기에 목이 눌린 상태로 다른 근로자들에게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지만 치료 후 요양하던 A씨는 며칠 뒤 상세불명의 뇌병증(저산소성 뇌병증) 등으로 사망했다.

 

A씨가 죽자, 그의 유족인 B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지급해달라며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다"며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공단이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어떤 행위를 하다 사망한 경우, 그 근로자가 그런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이유, 전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것이 근로자가 본래 하던 업무행위이거나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행위로서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A씨가 근로시간 전에 한 행위더라도 전반적으로 볼 때, 그것이 업무의 준비행위라고 볼 수 있고, 그 동안에도 X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 업무상 재해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체력단련실은 X회사가 근로자들의 요구로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근골격계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 안에 설치한 시설이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복리후생시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담당한 작업은 근골격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A씨가 체력단련실에서 평소 역기 운동을 한 것은 강한 근력과 지속적인 육체적 활동을 요구하는 업무의 특성상 업무의 원만한 수행을 위한 체력유지보강활동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A씨가 근무시간 전 회사 내 체력단련실에서 역기 운동을 한 것은 업무를 위한 준비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그 결과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었다고 보며, 근로복지공단의 A씨 유족에 대한 요양급여 지급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 판례 팁 = B씨가 제기한 소송은 행정청에 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대상으로 그것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다.

 

행정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련된 분쟁에 대한 해결을 위한 재판 절차라는 점에서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련한 분쟁 해결 절차인 민사소송과 구별된다.

 

 

◇ 관련 조항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7조(업무수행 중의 사고)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3. 업무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행위, 그 밖에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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