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호사 잡는 블랙로펌

청년 변호사 착취수단으로 변질된 변호사 실무수습제도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07.28 08:18
경제계에 '블랙기업'이 있다면, 법조계엔 '블랙로펌'이 있다. 

블랙기업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떠돌던 인터넷 용어가 양지로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뜻을 풀면 '법령에 어긋나는 비합리적 노동을 직원에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노동착취)하는 기업' 정도다. '정규직 채용'을 약속하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잔업수당도 주지 않다가 말을 안 들으면 전략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게 전형적인 패턴이다.

놀랍게도 법을 잘 안다는 변호사들이 모인 법무법인 중에도 이른바 '블랙로펌'들이 판을 친다. 여기에도 갑을논리가 적용되는 탓이다. 대표 변호사(고용주)와 신입 변호사(피용자)의 관계 역시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최저임금조차 안 지킨다. 변호사들이 블랙로펌을 피하려고 하는 이유다.

좁은 법조계에서 이런 블랙로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변호사 실무수습제도' 때문이다. 변호사법21조의2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들에게 6개월에 걸쳐 실무수습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법률사무 종사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6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쳐야만 변호사로서 재판정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블랙로펌들은 여기에 착안했다. 매년 실무수습 변호사를 선발해 잔뜩 부려먹고는 실무수습 기간이 끝난 뒤엔 이들을 해고한다. 상대를 동료 변호사가 아닌 노예로 생각하는 셈이다. 그리곤 다시 새로운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선발해서 똑같이 대우한다. 실무수습이 교육이 아닌 착취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에 한국법조인협회는 최근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들이 로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 등에서 6개월간 의무적으로 실무수습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실무수습기간을 악용해 저가로 청년 변호사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블랙로펌에 대해 신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실무수습제도의 본래 취지는 '근로'가 아닌 '교육'이었다. 실무수습제도를 악용하는 블랙로펌들에 대해 엄정한 대처가 필요한 때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