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무덤 대신 밭에 유골 묻고 대리석 덮으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10.05 06:20


조상의 묘를 만드는 대신 밭에 유골을 묻고 대리석을 덮었다면 불법일까?  


A씨는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2008년 6월 농지에 화장한 유골 5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묻었다. 봉분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묻은 곳마다 상당한 크기의 대리석 덮개를 설치하고 그 주위에 잔디를 심었다. 2008년 6월 A씨의 친척들이 이곳에서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2008년 7월 A씨는 분묘를 설치해 농지를 농작물 경작 외의 용도로 전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시장으로부터 농지에 설치한 시설을 이전하고 원상회복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묘역에 흙을 덮은 후 참깨를 파종해 경작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0도5112 판결)

A씨의 행위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용기가 오동나무 상자로 생화학적으로 분해 가능하고 크기가 작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자연장에 해당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자연장이란 관련 법률에 따라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지면으로부터 30cm 이상의 깊이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묻되,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하며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엔 그 크기가 가로, 세로, 높이 각 30cm 이하로 생화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제도는 2007년 5월 도입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골분(뼛가루)을 묻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분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고 A씨는 애초에 이 사건 농지에 묘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분묘 5기 중 일부에 유골이 남아 있지 않고 흙만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골이 토괴화(흙덩이화)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어 농지법 위반의 점에 관해 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도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다른 용도로 농지를 일시 사용하는 것은 관할 관청으로부터 일시사용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가능하고 일시사용허가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무허가 농지전용에 해당한다”면서 이 부분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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