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친절한 판례氏] 보복운전 끝 급정거…뒷차 사고땐 쇠고랑

폭력행위처벌법상 흉기 등 협박 혐의로 최고 징역형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12.05 05:05

경적을 마구 울리거나 앞에 끼어들어 갑자기 급정거하는 등의 난폭운전, 이른바 '보복운전'에 대해 화가 난 적이 많으실텐데요. 이는 엄연히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입니다. 보복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를 처벌한 대법원 판례(2014도6206)가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A씨는 지난 2013년 i40 승용차를 운전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진천분기점을 지나던 중 1차로 전방에서 진행하던 쏘렌토 승용차를 추월하기 위해 2차로로 들어섰습니다. 당시 이 도로는 편도 2차선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동승했던 쏘렌토 운전자 B씨(22)는 진로를 비켜주기 위해 1차로에서 2차로로 변경하려다 A씨의 차량과 충돌할 뻔했고, B씨는 이에 놀라 경고의 의미로 상향등을 두어번 작동시켰습니다.

A씨는 이에 격분해 B씨가 몰던 쏘렌토 앞으로 i40 차량을 운전한 뒤 갑자기 속력을 줄이고, B씨가 A씨를 피해 2차로로 변경하자 뒤따라 2차로로 이동한 후 다시 속력을 줄이는 등 진로를 방해하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A씨는 비상등을 켜면서 창문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B씨에게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지만, B씨가 무시하고 2차로로 이동하자 다시 B씨를 추월한 후 속력을 줄이며 갓길로 이동했습니다. B씨가 여전히 이를 무시한 채 1차로로 변경한 후 A씨를 추월해 피해가자 A씨는 B씨를 추격해 B씨의 차량과 나란히 진행하며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10여분간 수차례 반복된 끝에 A씨는 마침내 비상등을 켜고 B씨 차량 앞에서 고속으로 끼어들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A씨 차량은 6초 만에 완전히 멈췄고, B씨는 깜짝 놀라 급제동했습니다. A씨는 차량에서 내렸습니다.

문제는 B씨 뒤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하던 차량들이었습니다. B씨 바로 뒤의 엑스트렉 승용차와 메가트럭 차량은 가까스로 급제동했지만 그 뒤의 5톤 카고트럭이 미처 정차하지 못하고 메가트럭을 들이받아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카고트럭 운전자 C씨는 병원에 후송되던 도중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고 B씨를 비롯한 운전자들은 6주 내외의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검찰은 A씨를 일반교통방해치사·일반교통방해치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협박)·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A씨는 1심 법원에서 B씨를 협박할 의사와 교통방해의 고의가 없었으며 사망한 C씨가 안전거리미확보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C씨가 전방 주시나 안전거리 확보, 위급상황 발생 시의 감속 등 안전운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앞서 정차한 차량을 추돌한 것이 원인이 돼 연쇄적으로 충돌이 발생한 것이지, A의 급정차와 C씨의 사망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A씨는 당시 차량을 '서서히' 정차했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완전히 정차하는 것을 확인해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A가 피해 차량 운전자들의 사상의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이러한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일반교통방해 범행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빈번한 평일 낮 고속도로 1차로 상에서 5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고, 피해자들이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가볍지 아니한 상해를 입는 등 그 결과가 매우 중한 점, 이 사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죄의 경우 시비의 발단이 된 피고인이 선행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을 보면 피고인이 도로교통법의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등 피고인의 과실의 정도가 적지 아니한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이 이에 대해 뉘우치기는커녕 경고의 의미를 표한 피해자 공소외 1의 차량 주변에서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등으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나아가 부피, 강도, 중량, 속도 등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자체로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 의식과 안전 의식 없이 과속운전을 하는 등 안전운전 관련 법규를 위반한다거나, 이에 그치지 않고 사소한 시비를 빌미로 또는 뚜렷한 이유 없이 다른 자동차나 사람에 대해서까지 위협적인 운전을 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법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는 점, 피고인의 당심에서의 언동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저지른 이 사건 각 범행의 결과가 가져온 사회적 영향 등을 제대로 인식하고서 그에 따른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1심의 판단을 인정하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고,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 관련 조항
형법
제17조(인과관계)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88조(교통방해치사상) 제185조 내지 제187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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