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인덱스펀드 '뱅가드', 서류 미비로 세금 더 내고 소송도 '각하'

서류제출 미비로 한·미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미적용, 법원 "소득 실질 귀속자 아니어서 소송제기 자격 없다"

황국상 기자 2019.07.29 06:00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Index Fund) 운용사 뱅가드 그룹이 한국에서 조세불복 소송을 냈다. 한국에서 세금 경감 혜택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제대로 내지 않아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큰 규모의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작 소송에서는 뱅가드 측 주장이 제대로 심리되지 않고 '각하'됐다. 뱅가드 펀드가 아니라 펀드 가입자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뱅가드 인터내셔널 그로쓰 펀드'(이하 뱅가드 펀드)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한세율 적용을 위한 법인세 경정청구를 거부한 2016년 10월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뱅가드 펀드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했다. 2심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기각' 판결이 원고 측 주장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내려지는 반면 '각하' 판결은 절차적 흠결 등이 있을 때 재판부가 추가로 당사자 주장을 심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킬 때 내려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건은 이 펀드가 2013년 4월 한국 기업에서 수령한 46억9000여만원의 배당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배당금은 국내 A은행 계좌에 보관이 돼 있었다. A은행은 뱅가드 펀드가 배당금을 수령해 가기 전에 한국 과세당국에 내야 할 세금을 원천징수하는 기관이기도 했다. A은행은 뱅가드 펀드 몫의 배당금에서 원천징수세율 22%를 적용하는 등 절차를 거쳐 9억4000만원 가량의 법인세를 떼내 과세당국에 신고·납부했다.

2014년 4월에 뱅가드 펀드는 자신들이 한·미 조세조약에 의해 경감된 16.5%의 제한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음에도 A은행이 22%의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신고·납부한 데 잘못이 있다며 2억3400여만원 가량의 세금을 되돌려달라고 과세당국에 청구했다. 그러나 이 신청은 2016년 10월 당국에 의해 거부됐고 뱅가드 펀드 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런데 뱅가드 펀드가 제한세율 16.5%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원천징수 의무자인 A은행에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를 냈어야 했다. 한국과 적법한 조세조약을 체결한 나라로부터 인가를 받아 뱅가드 펀드가 설립됐다는 점은 물론이고 펀드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실질적으로 향유하는 이들의 명세서 등을 제출해야 했는데 이같은 서류를 안냈던 것이다. 이 때문에 A은행은 제한세율(16.5%)을 적용하지 않고 한국의 법인세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했던 것이었다.

소송 단계에서 과세당국은 "뱅가드 펀드가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경정청구는 '이익의 실질적인 귀속자' 또는 원천징수 의무자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뱅가드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벌어주기 위한 '통로' 또는 '수단'일 뿐 이익을 실질적으로 향유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뱅가드 펀드는 "법인세법과 시행령 등에는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를 제출하는 주체로 '펀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뱅가드 펀드 역시 경정청구권이 있다"며 "문제가 된 배당소득은 뱅가드 펀드가 지급받은 소득인 점에 비춰봐도 원고는 경정청구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외투자기구로서 투자수익을 투자자에게 귀속시키는 행위를 할 뿐이고 그 수익의 귀속자인 투자자가 배당소득의 실질 귀속자이자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경정청구권자"라며 "원고는 법인세법이 정한 경정청구권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법인세법과 시행령이 제한세율 적용 신청서 제출 주체를 '펀드'로 규정하고 있다더라도 이는 행정상 능률과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경정거부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각하 판결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