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검사 일 더 시키려면…"합리적 보상·인력 배치 필요"

[MT리포트-수사지연 중심에 선 고참검사들]④

양윤우, 조준영 2024.04.27 09:30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법무부와 검찰이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 경력의 고참 검사들을 수사에 활용하는 등 인력구조 개편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업무 증가에 따른 보상과 인력 배치가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조언한다. 단순하게 사건 배당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전국의 고·지검장들과 총 3차례 간담회를 진행하고 검찰의 수사 신속화 방안을 논의한 뒤 간부회의에서 "고검 검사급 검사 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력 검사 선발, 검사 증원, 인력배치 개선 등 다양한 인력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히는 등 수사지연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2022년 12월 발부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성희 수석전문위원의 '검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의 사건 처리 평균 기간은 2010년 건당 15.35일에서 2021년 22.9일로 약 50% 증가했다. 박 장관은 개인적으로도 2017년 검찰을 떠나 6년여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사 지연 문제를 절실히 체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지연 문제 해법의 하나로 경력 15~20년의 고참검사로 구성된 중요경제범죄수사단(중경단)에 사건을 더 배당하는 방안을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오는 6월 최종안을 확정하면 박 장관이 언급한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조직 전체가 고르게 일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고참 인력 활용을 우선 시도하는 것은 지난 10년여 동안 관리자급 간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 10명 중 3명 수준이었던 고검검사급(차장·부장) 이상 인력 비중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0년만에 10명 중 4명으로 늘었다. 조직 내에서 실무를 담당할 평검사 숫자는 줄어든 반면 결재권을 가지고 도장 찍는 간부가 40%에 육박했다는 의미다.

법무부 해법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사건 배당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A 변호사는 "억지로 업무량을 늘릴 순 있겠지만 승진 인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보상이 없다면 고참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고참 검사를 활용하는 것보다 기존 인력을 합리적으로 배치해야 된다는 조언도 있다. 검사 출신의 B변호사는 "고검 검사와 중경단 검사가 놀아서 사건이 쌓이는 건 아니지 않냐"며 "수사하지 않는 부서인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왜 그렇게 많은 인력을 두는지 등 합리적인 인력 배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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