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제 쉽게 보면 안 되는 이유

돈 받지 못했다고 바로 계약 해제 안 돼…본인 의무 이행 또는 이행제공 필요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6.02.27 09:00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계약 해제를 쉽게 생각하는 고객들을 많이 본다. 특히 매도인들이 계약 해제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계약 해제는 생각과 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계약 해제 생각만큼 쉽지 않아…관련 판례 소개 

특히 계약 당사자 쌍방이 의무를 동시에 이행하여야 하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계약의 해제는 여러 번 생각해 진행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매매계약의 잔금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의무가 이런 관계다.

계약해제가 쉽지 않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관련 판례를 하나 소개한다(사안이 복잡해서 단순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2001년 10월25일 공장설립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매수인 B씨는 매도인 A씨와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계약 당일에, 중도금은 농지전용허가를 취득한 시점과 동시에, 잔금은 준공검사를 마친 시점과 동시에 주기로 했다. B씨는 A씨에게 계약 당일 계약금 중 일부를 주고 2001년 12월5일 나머지 계약금을 줬다. 그 후 2002년 3월13일 농지전용허가를 받았고 2002년 4월15일 중도금 중 일부를 지급했다.

그런데 B씨가 중도금 중 일부만 지급하자 A씨는 매수인 B씨가 매수 자금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를 암묵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B씨는 돈을 꼭 주겠다며 나머지 중도금은 2002년 6월7일, 잔금은 2002년 7월30일까지 지급하기로 계약을 바꿨다. 그러나 B씨는 2002년 7월30일까지 일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자 A씨는 2002년 9월2일경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보를 했다. 매수인 B씨는 농지전용허가 등의 이유로 토지를 인도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A씨로부터 계약해제 통보를 받은 후 토지를 A씨에게 반환하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토지를 달라고 요구하다가 법원에 소송을 냈다.


돈 받지 못했다고 바로 계약 해제 안 돼…본인 의무 이행하거나 이행제공 필요
원심은 A씨의 청구를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로 "B씨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A씨가 계약을 해제하려면 B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현실적으로 제공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준비하여 두고 가져가라고 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08다94646, 94653 판결)


상대방의 잔금지급의무 불이행으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잔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인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을 제공해야 한다. '이행을 제공한다'는 것은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서류를 줄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A씨가 매매계약을 유효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 서류를 준비한 후 언제든 등기를 해 줄 수 있다는 취지가 담긴 해제 통지를 B씨에게 했어야 한다.  

실무에서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과 관련된 서류를 법률사무소에 맡겨 '언제든 등기이전을 해 줄 수 있으니 잔금을 언제까지 지급해 주고 지급하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문구를 넣어 해제 통지문을 작성한다. 등기권리증을 비롯한 제반 서류 사본, 예금통장 사본, 담당 법률사무소(법무사 사무소) 위임장 사본 등을 통지문에 첨부해 이를 매수인에게 보낸다. 이런 식으로 이행 제공과 계약 해제가 이루어진다.

계약 해제는 절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계약을 해제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건욱 변호사는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