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에 없다고 생모 재산 못 받나요?

[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조혜정 변호사 2016.05.03 08:01

Q. 돌아가신 생모의 상속재산 때문에 문의드립니다. 제 동생이 제가 어머니 호적에 딸로 안 나온다고 어머니 재산을 혼자 갖겠다고 그러네요.  호적상으로만 보면 저희 어머니와 제가 아무런 관계가 없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 저를 임신했는데 아버지가 그만 집안에서 정한 여자분과 결혼하는 바람에 어머니는 미혼모로 저를 낳으셨습니다. 제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저를 아버지 호적에 올리면서 제 어머니로 아버지의 법률상 아내(저는 그 분을 큰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를 써서 그 분이 저의 호적상 어머니로 되어 있지요. 제가 태어난 후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서 남동생을 낳았고, 저는 남동생과 같이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다르긴 했지만 하나 뿐인 동생이라서 나름 사이좋게 지냈고요.

그런데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동생의 태도가 돌변한 거예요. 저와 남동생이 같이 살았던 집이 어머니 소유였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동생이 그 집에 계속 살고 있었어요. 동생이 살고 있는 집을 팔자고 하기가 미안해서 동생이 먼저 재산분배얘기를 꺼내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달쯤 전에 등기부를 떼보니 그 집 명의가 남동생으로 바뀌어 있는 거예요. 제가 깜짝 놀라서 동생한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동생 말이 저는 호적상 어머니 딸이 아니라서 상속인 자격이 없으니까 어머니 집은 자기 혼자 상속받는 게 맞는다는 거예요.

전 아무래도 납득이 안 가네요. 호적상으로야 어머니와 제가 남남이지만, 제가 딸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 제가 어머니 재산 상속을 못 받는다니 말이 안되는 거 같아요. 정말 동생 말대로 저는 어머니 재산을 못 받는 건가요?  제가 어머니 재산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십여년간 변호사일을 하면서 돈 때문에 사람이 달라지는 걸 숱하게 봐오긴 했지만, 저는 아직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슬퍼집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면 누나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데 동생이 너무 심했네요. 하나뿐인 누나를 거짓말로 속이면서까지 그 집을 혼자 갖고 싶었을까요? 혼자 갖겠다고 아무리 욕심을 부린들 그대로 될 리가 없거든요. 결국 집도 혼자 못 갖고 누나와의 우애까지 잃게 되었으니, 참 어리석은 동생이네요. 

일단, 선생님이 호적상(지금은 호적은 폐지되었고 가족관계등록부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다른 사람이니까 생모의 재산상속을 못 받는다는 동생 말은 완전히 틀린 얘기니까 안심하세요. 재산상속의 기준이 되는 가족관계는 실제로 혈연관계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하지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답니다. 선생님처럼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가 실제 혈연관계와 다른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는 실질적인 혈연관계를 증명해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고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먼저 가족관계등록부기재를 고치고, 그 다음에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하면 되는데, 가족관계등록부는 그 사람의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공부(公簿)니까 쉽게 고쳐주지는 않고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만 고칠 수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세 가지 소송을 거쳐야만 선생님이 어머니의 집을 상속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고치기 위해서  두 가지 소송이 필요합니다.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모친인 큰 어머니를 피고로 해서 큰 어머니와 선생님 간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친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을 하시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피고로 해서 친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하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 모친과의 친자관계부존재확인판결만으로 가족관계등록부 기재를 고쳐주었는데, 최근에는 행정관청이 생모와의 친자관계존재확인판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가지 소송을 한꺼번에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두 가지 소송을 하셔서 가족관계등록부상의 기재를 고친 후에는 동생을 상대로 해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을 해서 어머니 집을 분할받으시면 됩니다. 혹시 동생이 어머니 집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어머니 집을 선생님 몰래 처분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미리 어머니 집에 처분금지가처분을 해두시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 주의하시고요.

소송을 세 가지나 해야 하다니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소송을 시작해서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경우니까 안심하고 시작하셔도 됩니다.

한 가지 당부를 드리고 부분은 어머니 집을 분할받고 난 다음 동생과 잘 얘기를 해서 남매간의 우애를 회복하시라는 겁니다.  어머니 집을 독차지하려는 동생이 괘씸하게 생각되시겠지만, 원래 사람은 눈 앞에 이익이 보이면 욕심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존재랍니다. 내가 그런 입장이었을 때 나는 절대 안 그럴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없더라고요.  그러니, 어리석은 동생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동기간의 정을 보존하시길.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