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는 동대표로 선출될 수 있을까

아파트 소유자의 사실혼 배우자는 동대표 될 자격 없어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6.10.31 14:10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들의 지위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대표 자격에 관해 심심치 않게 질의가 들어온다.


동대표라는 지위는 말 그대로 해당 동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관리규약에는 소유자와 배우자가 동대표가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나2044718 판결).

소송을 제기한 원고 A씨의 주장은 무엇일까. A씨는 아파트를 소유한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다. A씨는 B씨로부터 대리권을 위임받아 동별 대표자 선거에서 105동의 동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인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있는 '주택의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에는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파주시장에게 A씨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동별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신고를 했다. 그리고 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는 A씨에 대한 동대표자 당선을 취소했다. 그들은 사실혼 배우자는 동대표로 당선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자 A씨는 자신이 아파트 105동의 동대표 지위에 있는지 그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실혼 배우자는 동대표 자격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 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사실혼은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해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해 공동 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관계는 해소된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해소된 때에는 유책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이런 사실혼은 혼인 신고를 성립요건으로 하고 이혼을 통해서만 종료되는 법률혼과 다르다. 사실혼은 그 성립과 존속에 어떠한 형식과 절차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당사자 일방의 의사만으로도 해소될 수 있다. 따라서 사실혼관계에 있는지를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해 입주자 등이 선출한 동별 대표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입주자대표회의의 의사결정은 전체 입주자 등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관련 법령에서는 어떤 사람이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있는지 그 자격과 선출 방법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 관련 법령에서는 입주자의 의미를 세분해 정의하고 동별 대표자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과 관련해 신분과 거주기준일, 거주기간을 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 주민등록을 마쳤을 것을 요하고 있다. 소유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의 경우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서면으로 대리권을 위임받아야 한다.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하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법률혼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사실혼 배우자의 보호 문제는 주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거나 종료된 경우 재산적 법률문제의 정리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다. 또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보호하는 민사특별법이나 각종 사회보장 관련 법령에서는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이 포함된다는 규정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다.


만약 사실혼 배우자도 동 대표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어떨까. 특정인이 주택의 소유자의 사실혼 배우자라고 주장하면서 동별 대표자 선거에 입후보한 경우에 사실혼관계 여부 판단의 어려움 때문에 선거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입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둘러싼 분쟁으로 인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문제는 그와 같은 사실혼 관계를 누가 판단하느냐다. 법률혼의 경우 관청에서 공식적으로 신고가 수리되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지만 사실혼은 실제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사실 등이 확인돼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기관이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까지 동대표 자격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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