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줘도 세금폭탄…"함부로 이름 빌려주지 마세요"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오태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6.11.24 10:40

김 과장은 어느 날 출근하여 대표이사의 호출을 받는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자회사를 하나 설립하려고 하는데 혹시 주식을 배정하기 위해 이름 좀 빌려 줄 수 있나?' 김 과장은 고민에 빠진다. 거절하면 회사를 계속 다니기 어려울 테고 승낙하자니 뭔가 찜찜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4조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본다." 
이른바 주식의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의제제도 이다. 주식의 명의신탁은 주로 전∙현직 임직원 등 회사 관계자 또는 가족 등을 통하여 이뤄지는데, 언 듯 명의를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요 등에 의해 부득이 명의를 빌려 주었음에도 그 명의를 빌려준 책임을 내세워 주식가액에 대해 최고 50%이 이르는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1975년 1월 1일 이래 사소한 변천은 있었지만 주식명의신탁 증여의제제도는 우리 세법에 여전히 살아남아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예기치 않은 세금폭탄을 안기고 있다. 더구나 주식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동떨어진 거액의 증여가액이 산정되기도 한다. 또 증여세의 경우 최장 15년까지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몇 년 지났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본래 명의신탁 제도는 부동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 효력을 무효로 하고 최고 부동산 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인정하면서도 세법에서는 금지되는 부동산 명의신탁보다 더 가혹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최초 명의를 빌려 주고 받은 주식의 유상증자시 명의신탁자가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한 경우 이 역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고 있고, 합병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당초 수탁 받은 주식을 합병법인에 양도하고 새로운 합병신주를 그 명의로 인수하는 경우 별도의 명의신탁이 된다고 보고 있는 등 자칫 증여세 과세 대상이 예상하지 못한 범위로 확대될 위험조차 있다.

물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는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는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실무적으로 주식의 명의를 분산해 두는 경우 거의 대부분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나 소득에 대한 누진세율 회피 등의 효과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예외를 적용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에게 아무런 증여의 이익이 없음에도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이 증여세의 본질에 벗어나고,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나 징벌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과징금의 부과나 처벌의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조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세수의 근원으로써 모든 국민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의무이지만, 세수효과가 크지도 않고, 증여세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과징금 등 별도의 행정제재를 부과한다거나 최소한 회피된 조세의 크기에 상응한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해 본다. 꼭 명심하길… 

"함부로 이름 빌려주지 마세요"

법무법인(유)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28기)을 수료했다. 주요 업무는 조세 관련 쟁송과 세무조사, 행정불복 분야이다.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을 거쳐 조세 및 행정 전문 법원인 서울행정법원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각종 조세불복 사건, 행정상 인허가, 재개발·재건축, 도시개발사업, 산업재해 사건 등 행정사건을 처리했다. 현재 대법원 특별법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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