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떨어봐" 여성 변호사 성희롱 실태 심각

변협 여성 변호사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개선 방향 토론회 열어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12.21 13:47

4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여성변호사회 주최 아동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김변은 미인이라서 수임하는데 유리하니 나랑 같이 수임이나 하러 다니자." 로펌에서 일하던 김 변호사는 당황했다. 회사 대표인 경력 많은 변호사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인계를 한번 써봐" 와 "왜 이렇게 싹싹하지 않니?" 등의 말을 들은 김 변호사는 사직서를 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업무상 관계에서 여성 변호사에 대한 언어적 성희롱, 신체접촉, 접대 요구 등의 다양한 성차별적 사례가 제시됐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협이 20일 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위한 설문조사는 전국 여성변호사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취업에 있어 '외모, 나이 등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02명 중 423명(60.3%)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279명(39.7%)에 불과했다.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은 여성 변호사는 380명(54.1%)에 달했으며 동기나 지인의 경험상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사례는 382명(83.3%)으로 높은 수치였다.

여성변호사 706명 중 120명(17%)이 업무수행에 있어 성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 자리에서 배제하거나 특정 사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접견이나 성폭력, 가사 등의 특정 업무만 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회식자리 참석을 요청받거나 술을 따르라는 직접적인 요구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의 상태는 심각했다. 상관이나 동료로부터 △"미모로 꼬셔오라", "판사에게 미인계를 써라" 등의 외모 어필 발언, △"여성은 임신을 하면 멍청해진다", 가까이 다가와 '음기를 받아야 된다" 등의 여성 차별적 발언, △"여자변호사의 미소가 회사를 밝게 한다", "여자변호사는 회사의 꽃이다" 등의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또 의뢰인으로부터는 "재판부에게 다 줄 것처럼 굴어야 한다", "여자가 술을 따라야지" 등의 불쾌한 발언을 들은 여자 변호사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한편, 응답자 706명 중 여성변호사라서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응답한 이는 611명(86.54%)으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이 주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진급 및 승진에 있어서도 응답자 704명 중 543명(77.13%)이 성별로 인해 불리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토론회의 발제자를 맡은 홍지혜 변호사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집행위원)은 "성차별에 대해서는 "기혼여자변호사에 대한 대표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지원책도 소용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변협 차원의 공식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홍 변호사는 "임신과 육아가 힘든 여자 변호사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육아휴직제도 등 일 가정 양립을 위한 법과 제도의 실효적 운용 △사업주에 대한 지원 확대 △변호사 단체 및 지원센터의 설립 △탄력근무제도 등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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