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자백도 마지막 타이밍이 있다

[조대진 변호사의 法으로 본 시사이슈] 탄핵이후 형사법정까지 가서야 잘못인정한다면 용서받기 힘들어…지금이 용서구할 시간

조대진 변호사(법무법인 동안) 2017.01.04 17:24
2016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제13차 '박근혜 즉각 퇴진 순천시민촛불집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박근헤 즉각 퇴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시민 600여명이 참가했으며 떡국나누기, 붕어빵 나누기 등 나눔행사가 펼쳐졌다. /사진=뉴스1

지긋지긋하고 악몽같았던 2016년 병신년이 드디어 갔다. 서민들에게 힘들지 않은 해가 언제 있었겠냐만은, 올해는 유독 더욱 힘든 한해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2015년 봄부터 이 나라를 초토화시키며 작년까지도 맹위를 떨치던 '메르스' 부터 그리고 메르스가 진정되어가자 마자 밀려들어온 초특급 폭염에, 서민들은 전기료가 두려워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한 번 제대로 틀지못하고 이 무더운 폭염의 공격에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도 한국전력은 오른 전기료로 성과급 잔치 까지 한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으며 안그래도 열받는 국민들의 체감온도를 더욱 올려주었다. '이열치열'의 지혜를 주려고 했던 것일까 하는 고마운 생각도 애써 가져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안에서 솟아나는 괘씸한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여름내내 국민들은 괴롭히던 살인적 폭염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우리 대한민국 전체를 '자괴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버린 사건이 바로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다.

매일 터지는 새로운 비리 연루 소식과 각종 범죄커넥션에 국민들은 이제 피로감 마저 느낄 정도다. 이제는 '최순실 게이트'가 일상이 돼 오히려 친근함이 느껴진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아침에 눈을 떠 새로운 사건이 없으면 약간은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어쨌든 다른 건 차치하고, 모든 국민이 이미 다 아는 것처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대한민국 최대의 비리게이트가 되었다. 언론에 드러난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최대 게이트는 '권력과 재벌의 합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권력에 기생하는 최순실과 같은 비선의 배를 불려주는 대신, 삼성 등 재벌은 본인들에게 필요한 '소원수리'를 톡톡히 얻어내는 방법으로 서로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공생을 하던 기생을 하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관심도 없지만 어쨌든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속 터지는 일이고 또한 둘 다 이 사건의 공범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국민들의 이같은 분노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들 '공범들'께서는 본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왜 구속되었는지를 모르겠다고 뻔번스럽게 항변하는 최순실부터, 본인은 대통령이 시켜서 한 죄 뿐이라는 안종범, 그리고 정유라가 누군지도 모르고 입학사정에 전혀 관여한 적 없다는 이화여대 관계자들의 뻔뻔스러운 위증의 모습까지...

진짜 이런 꼴 보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나하는 자괴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사건의 주연들은 아직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발부터 사건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개시 불과 이틀전인 1월 1일, 느닷없이 그리고 갑작스럽게 기자들을 불러들여 40여분간 본인의 억울함 점만 쏟아내고 서둘러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역시 그 내용의 핵심은, '전 잘못한게 없답니다. 검찰때문에 억울하게 엮인거에요' 였다. 이정도라면 정말 어느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는 표현이 전혀 모자라 보이지 않는다.

그럼 또 다른 주연인 '재벌'의 모습은 어떤가? 그룹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 사건 의혹을 피하고자 국조 청문회에서 '최고결정권자인 본인의 존재마저 부인(수백억원 지원에 본인의 인식없이 이루어지는 게 가능할수도 있다는 취지'의 대답)'하는 몸부림을 볼 때 국민들은 안타까움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조사가 거듭되면서, 최순실 및 정유라, 장시호의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거들이 나오자 이제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전략을 바꾼 듯하다. 즉 청와대가 시켜서 억지로 마지못해 도와준 것 뿐이이라는 논리다. 어떻게든 뇌물죄는 피해야한다는 최후의 결기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재벌 역시 '공범'이었다는 당사자들의 실토와 함께, 모든 게 '재벌총수 지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변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형사사건을 많이 맡으면서 느낀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본인의 잘못을 부인할 경우 양형에 있어서 더욱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본인 스스로 감정적으로는 억울하다고 하더라도, 처벌 받기에 충분하고 더 이상 반박하기에 궁색한 물증들이 나오면 이제는 '자백하고 반성'해야 그나마 용서받을 여지라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당사자들의 재판이 하나둘씩 진행되기 시작했다. 재벌관계자들이나 탄핵 이후 일반인의 신분이 된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서 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때 가서야 눈물 흘리며 반성하는 척 낮은 처벌을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또 다른 범죄다. 지금이 자백하고 반성할수 있는 그 마지막 기회고, 그 순간임을 이 사건의 주인공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동안의 조대진 변호사는 1기 전국 로스쿨 대표자 협의회 회장 출신으로 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운영위원, 아름다운 가게 법무윤리경영실 변호사 등 공익·시민단체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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