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취객지켜보다 부축빼기 절도범 검거…함정수사 허용될까

범죄 의사를 유발하는 함정수사 위법…단순히 범행 기회 제공은 가능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2.16 15:03



길에서 잠든 취객만 골라 지갑과 휴대폰 등을 훔쳐 달아나는 범죄인 '부축빼기' 절도범을 잡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인다면 어느 정도까지가 합법적인 수사일까. 취객을 상대로 부축빼기 절도범을 잡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였다가 위법한 함정수사는 아닌지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다.


함정수사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은 수사협조자가 범죄 자체를 교사(범죄 의사가 없는 타인에게 범죄를 결의해 실행하게 함)하거나 방조한 후 그 실행을 기다렸다가 범인을 수사 및 공소제기하는 수사방법을 말한다. 수사 협조자는 보통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길에서 잠든 취객만 골라 지갑과 휴대폰 등을 훔쳐 달아나는 범죄가 성행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절도범 단속을 위해 공원 인도에 쓰러져 있는 취객의 근처에서 부축빼기 절도가 벌어지지 않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A씨가 나타나 취객을 부축해 10m 정도를 끌고 가 지갑을 뒤졌다. 그러자 이 경찰관은 곧 A씨를 쫓아가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런 경찰관의 수사를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한다면 A씨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고 한다면 그 수사에서 찾아낸 증거 등은 다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

대법원은 A씨의 절도죄에 대해서 유죄로 판결을 내린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2007도1903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는) 스스로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행위에 나아갔다”며 유죄라고 봤다.

함정수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데도 그럴 생각이 들게 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사람을 검거하는 것이다. 이를 범의유발형이라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이미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기회제공형이라고 부른다.

대법원은 범죄의 의사가 미리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함정 수사가 합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다. 즉 범의유발형은 위법한 함정수사이지만 기회제공형은 합법적인 함정수사다.


이 기준에 따라 이번 사건을 판단하면 A씨는 유죄가 된다. A씨는 이미 범죄의사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관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하려던 대로 실행한 것뿐이다. 이런 경우는 위법한 함정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다.

◇ 판결팁=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데도 그럴 생각이 들게 해서 범인을 검거하는 것을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라고 하며 이는 위법하다. 이미 범죄를 저지를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고 하고 이는 합법적인 수사기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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