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변호사를 위한 법률시장은 없다

[the L리포트][악화일로 변호사시장]①억대 연봉 변호사와 막변 공존하는 변호사업계 양극화 심화…이리저리 치이는 신규 변호사들 어려움 해소못하면 법조계 또 한번 혼란 불가피

유동주 기자 2017.02.18 06:29





#2월초 고려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이색적인 소위 '인증' 게시물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됐다. 로스쿨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가 연말정산 신고된 서류로 연봉 2억5000만원의 수입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12일엔 연봉 9억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자가 가장 많은 직장에 김앤장법률사무소(119명)와 법무법인 광장(28명)이 주요 대기업들을 제치고 삼성전자(151명)에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김신규 변호사(30세)는 현재 구직 중이다. 6개월간의 실무수습을 했던 소규모 법률사무소엔 자리가 없어 의무 연수를 마친 걸로 만족해야 했다. 면접을 다니며 그가 느낀건 기대했던 만족할만한 보수를 제시하는 곳은 드물다는 점이다. 오히려 불법 '사무장 로펌'이나 '블랙(저임금에 착취 고용으로 악명 높은 로펌)'들이 서초동에 적지 않다는 것만 깨달았다.

변호사업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 반면, 새로 배출된 변호사들은 오갈 데 없을 정도로 고용시장 환경이 나빠졌다.


◇대형 로펌 억대연봉 vs. 신규 막변들 강제 개업…양극화 심화


10위권내 대형 로펌에 들어갈 수 있는 신규 변호사들은 매년 200~300여명에 불과하다. 10위권 내에서도 상위와 하위권 대우 차이는 현격하다. 중상위권에선 신입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하위권은 월 500만원 이하를 받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최근엔 하위권 연봉이 하향 조정되면서 상위권마저 영향을 받아 고연봉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변호사사회에서 나온다. 변호사 고수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상위 로펌 고연봉이 무너진다면 법조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년 쏟아지는 2000여명 중 대형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중소형 로펌이나 소규모 법률사무소 혹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마저 찾지 못한 이들은 개업에 내몰린다. 법조계에선 이를 '강제 개업'이란 자조섞인 단어로 표현한다. '원치 않는' 개업이란 의미다. 변호사는 진입장벽이 높은 전문 자격사라는 직업 특성상 자영업 형태의 개업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신규 변호사 중 상당수가 원치 않는 개업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업에 나섰던 2~3년차 변호사가 사무실을 접고 고용자리를 찾는 경우도 쉽게 목격된다. 변호사 자격만 따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물론 능력 있고 영업력 있는 변호사들은 스스로 개업에 나서고 여전히 연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실제 로스쿨 1~2기 변호사들 중 제대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꾸준히 고수입을 올려 후배 변호사들을 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변호사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과거보다 심해졌다. 고소득 변호사들은 늘진 않지만 상위권에 여전히 포진하고 있는 반면, 소위 '막변(전관 출신이 아닌 특별한 스펙없이 개업하는 변호사)'이 크게 증가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2017년 2월부터 인상된 변협 등록료

변호사 개업시 각 지방변호사회에 내야하는 입회비. 2017년 2월./그래픽= 이지혜 더엘(the L) 디자이너

◇작년 등록 못한 신규 변호사, 등록비용 대폭 올라 부담 가중

신규 변호사들이 개업을 위해 변호사단체에 꼭 내야하는 등록비용은 올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월부터 기존 50만원이던 신규 변호사 대상 등록료를 100만원으로 100% 인상했다. 지난해 변호사가 됐지만 취업을 못해 등록을 하지 않은 신규 변호사의 경우, 올해 서울에서 개업하려면 등록비용만 600만원이 든다. 변협에 100만원 서울지방변호사회에 5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변협 50만원, 서울변회 300만원으로 350만원이면 등록이 됐다.

서울변회는 당해 연도 합격자가 해를 넘기면 경력 변호사로 취급해 500만원을 받고 있다. 과거엔 등록비용을 취업을 한 소속 로펌에서 대신 내주는 관행이 있었다. 게다가 2월초에 사법연수원에서 수료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바로 그해 안에  등록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됐다.

그런데 로스쿨 변호사들은 해를 넘겨 경력 변호사 취급을 당해 비싼 입회비를 내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연수원과 달리 로스쿨 출신의 경우 4월 합격발표 뒤 6개월 실무수습을 하다보면 11월경이 되고 연말까지 취업을 못하면 일시에 수백만원이 드는 등록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는 실무수습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거나 옮겨다니다 해를 넘기기도 한다. '준회원' 제도를 통해 돈을 먼저 내면 '선등록'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목돈이 드는 탓에 등록을 미루다 해를 넘기기 일쑤다.

따라서 적지 않은 로스쿨 출신 신규 변호사들이 300만원이 아닌 500만원을 서울변회에 입회비로 내고 있다. 취업을 못하거나 개업을 미뤄 연말을 넘겼다고 사실상 '신규' 변호사를 '경력'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무수습' 악용해 신규 변호사들 착취하는 '블랙' 로펌

특히 변호사 취업시장의 소위 '블랙 리스트'에 오른 로펌들은 '6개월 의무 실무수습'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신규 변호사들을 월 10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 고용해 법상 정해진 수습기간인 6개월간 일을 시키다 정식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매년 4월부터 수습자리를 찾는 변호사들이 넘쳐 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6개월씩 '신규 변호사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이런 소형 로펌들이 수십개에 달하고 '블랙'명단이 법조계 커뮤니티에 공유되지만 근절되지 않는다. 블랙 채용공고에도 많은 신규 변호사들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저임금에 사실상 착취수준으로 일해야 하더라도 그 실습자리가 채워질 정도로 신규 변호사들이 갈 곳이 부족하다.


일부 로펌에선 불법도 자행한다. 신규 변호사를 뽑을 때 '구성원 등기'를 강요해 법인 구성원 수를 채우는 '블랙'들도 상당히 많다. 이들 중 많은 경우는 '사무장 로펌' 혹은 '법무사 로펌'으로 불법 운영되는 곳들이다.

로펌의 '구성원 등기'는 수익을 나눌 뿐 아니라 책임도 공동 부담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취업을 위해 구성원 등기에 동의했다가 예상못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신규 변호사들은 서류상 '파트너' 등록만 하고 실제론 '고용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신규 변호사, 눈물 닦아 줄 대책 고민할 때 


전문가들은 로스쿨 변호사 배출이 시작되며 연 두배이상으로 신규 변호사가 늘어났음에도 이에 대비한 법조시장 확대나 관련 대책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실효성을 갖지 못한 채 표류하는 준법지원인 제도, 해법이 안 보이는 유사 직역 통합문제 등이 우선과제다. 준법지원인에 대해선 벌칙규정을 만들고 대상 기업을 늘려 기업의 준법경영을 돕는다는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준법지원인 등에 변호사를 뽑을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중견기업들조차 인건비 핑계로 뽑지 않는 점도 개선돼야 할 문제다. 변호사 고용시 고임금 부담에 대한 '선입견'에 변호사를 아예 뽑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다.

변호사 채용시 동료들과 적응하지 못하고 기업내 부당한 일이나 사내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과도한 우려까지 하는 경영인도 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변호사 고용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보니 뽑지 않았던 곳들은 아예 채용의사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로스쿨 도입시 전제조건이던 유사직역 통합은 요원


변호사업계가 로스쿨 도입시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던 유사직역 통합은 요원한 상황이다. 각 직역간 이해다툼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로스쿨 제도 취지 중 하나가 유사직역을 통합해서 변호사로 일원화된 법률서비스를 하자는 것이었지만 기존 법무사·변리사·세무사 업계 등과의 이해조정이 쉽지 않다.


각 직역이 손해는 보지 않고 현재 기득권을 유지한 채 타 직역을 침범하려는 시도만 하기 때문에 결론이 나기 힘들다. 각 직역이 상생을 위해 양보를 전제로 한 대타협을 하지 않는다면 법조 유사직역 다툼은 '남북 통일'보다 해결이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업계 취업난, 로스쿨 제도엔 위협적 부메랑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난을 방치하면 로스쿨 제도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올해 1월 당선된 변호사단체의 새로운 수장들은 '결원보충제 폐지'와 '로스쿨 통폐합'을 공약했고 당선 일성으로 내뱉었다. 변호사업계 현안인 취업난이 결국 로스쿨 제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셈이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변협 등 변호사단체들에 의한 사법시험 부활운동도 그 시작은 변호사 취업난에서 비롯됐다. 고시생들의 직업의 자유, 개룡남, 흙수저 사다리론 등으로 한껏 포장됐지만 그 이면엔 변협 등에 의한 신규 변호사 배출 축소의도가 있었다.


사시폐지 문제로 변호사업계는 수년간 분열과 소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그런데 사시폐지가 확정적인 현재, 신규 변호사들의 취업난은 이제 변호사업계와 로스쿨당국 그리고 재학생들간의 또 다른 복잡한 싸움으로 번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5.12.09/사진=뉴스1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