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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 법률시장 3차개방 D-7, '빛좋은 개살구' 그치나

지분제한·채용규제 등 여전히 높은벽, 본격합작 성사 어려울 듯.. '韓중형로펌+외국펌' 형태는 유망할수도

황국상 기자, 장윤정 기자(변호사) 2017.03.08 07:30
2015년 8월4일 법무부 관계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법률시장 3단계 개방 대비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법무부는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하되 외국 로펌의 지분율 및 의결권을 49%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제공=뉴스1

미국로펌에 대한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채 10일도 남지 않은 상태이지만 국내 변호사 업계와 한국에 진출한 외국로펌들은 3단계 개방의 핵심인 합작법인 설립이 생각보다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와 한국이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2009년 9월 '외국법자문사법' 제정으로 1단계 시장개방이 개시된 지 7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규제문턱으로 인해 시장개방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49% 지분제한' 및 韓변호사 채용규제 '여전히 높은 벽' = 2015년 국내에 진출한 A외국로펌의 대표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로펌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더라도 본국(외국)에 소재한 본사가 무한책임을 지는 데 비해 지분율은 49%에 불과해 지배권을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외국로펌과 한국로펌의 합작법인 설립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기업의 송무·자문업무와 한국에서 진행되는 외국기업의 송무·자문업무를 한국로펌과 함께 진행하는 지금(2단계 개방)과 같은 방식의 협업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한국로펌과의 합작법인 설립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고 단언했다.

유럽연합(EU) 로펌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실시됐고 미국로펌에 대해서는 오는 15일부터 3단계 개방이 실시된다. 1단계 개방 이후 외국로펌이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는 있지만 원자격국법(외국법)이나 국제공법에 대한 자문만 허용됐다. 2단계 개방으로 외국로펌이 사안별로 국내로펌과 협력해 한국법·외국법 사무가 혼재된 사건을 공동으로 처리하고 수익을 분배할 수 있게 됐다.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의 핵심은 외국로펌이 한국로펌과 합작법인을 설립토록 하고 이 합작법인이 국내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외국로펌이 가질 수 있는 합작법인의 지분은 49%로 제한된다.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할 경우 외국로펌이 기존에 운용하던 사무소는 문을 닫아야만 한다.

지분제한 외에도 외국로펌과 합작을 시도하려는 한국로펌의 업력이 3년 이상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3단계 개방효과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B외국로펌의 대표는 "지분율이 49%에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도 기존 한국로펌에서 활동하는 능력있는 파트너를 '체리피킹'(원하는 인물만 골라서 채용하는 방식)하지 못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로펌의 특정분야에서 유능한 파트너 변호사를 데려오려 하더라도 영입대상 변호사가 본인의 '어쏘시에이트 변호사'(주니어 변호사) 등과 함께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3년 이상 업력을 유지해야만 비로소 합작을 시도할 수 있다. 외국로펌이 유능한 한국변호사와의 동업체제를 시도하더라도 실제 합작이 성사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한 때 국내 대형로펌에서 3단계 개방 이후 시점에 외국로펌으로의 합류를 기대하고 일부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본인의 '어쏘' 변호사와 별도의 법무법인을 만드는 등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많이 사그라들었다는 평가다. 합작법인을 설립해 봐야 국내의 빅6(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등) 로펌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자문, 기업송무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합작법인 성사가능성, '韓중형로펌+외국로펌' 형태가 대세일것".. 경쟁력은 미지수
이 때문에 정작 합작을 시도하려는 로펌은 외국로펌이든 국내로펌이든 소위 '세컨드 티어'(2nd Tier), 즉 2위권 이하 로펌간의 합종연횡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1위권 로펌의 경우 이미 다수의 아웃바운드(국내발 해외법률시장) 사업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글로벌 탑티어(Top Tier) 로펌들과의 연계망이 잘 구축돼 있는 데다 한국 법률시장에서의 과점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굳이 외국로펌과 합작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2위권 내지 3위권에 머물던 한국 중형로펌 등이 합작 필요성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외국로펌과의 합작을 계기로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C대형로펌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형로펌이 한국시장의 파이를 나누기 위한 합작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탑티어(Top Tier, 1위권)에 꼽히는 외국로펌으로서도 굳이 한국의 중형로펌으로까지 눈높이를 낮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외 세컨드 티어 로펌간의 결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미 한국에 진출한 외국 대형·강소로펌과 한국의 중형로펌이 결합한 합작법인이 설립될 경우 기존에 국내 대형로펌들이 과점형태로 독식해 온 국내 법률시장에서는 '국내 대형로펌 대 대형 합작로펌'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국내 대형로펌 대 대형 합작로펌이라는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최소 기업자문 영역에서는 고품질 경쟁이 가능해지는 등 순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무시장에서는 국내의 '전관 변호사' 선호 경향 등으로 인해 합작로펌이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규제환경에서는 국내외 로펌간에는 2단계 법률시장 개방 이후 지속돼 온 방식의 공생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이나 해외에서의 송무수요가 있을 때 국내 로펌이 적절한 외국로펌을 소개해주고 반대로 외국기업의 한국 법률시장 수요가 발생할 때 외국로펌이 한국로펌에 소개를 해주는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내외에서 한국·외국로펌간 협업구도가 지금처럼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을 통한 국내 법률서비스의 질적제고나 법률서비스 비용절감을 통한 기업 등 소비자 후생증가 등의 궁극적 효과는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재원 변호사(최재원 법률사무소)는 "지분율 제한 등으로 외국로펌과 한국로펌의 합작가능성이 줄어들면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시장개방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중소규모 회사나 개인 등의 경우 여전히 경쟁제한적인 법률시장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설령 합작로펌이 설립된다더라도 얼마나 의미있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김연기 변호사(법무법인 세인)도 "이미 법률비용을 충분히 들일 여력이 있는 기업 등 법률시장 소비자군은 이미 국내로펌들로부터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며 "법률시장이 추가로 개방된다고 해도 이들 소비자층에게 합작로펌의 서비스는 다소 선택지가 넓어지는 정도의 변화이지 새로운 법률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준이 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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