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뇌부, 법정서 증언 거부한 진짜 이유는?

대법원 2012년 전원합의체 판결 "정당한 증언거부권 행사라면 진정성립 안 된 서류 증거로 못써"

박보희 기자 2017.06.27 15:35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왼쪽부터),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삼성그룹 경영진들은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증언 거부를 통해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법조계에선 이들이 자신의 진술을 담은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지난 26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검찰의 질문에 "모든 증언을 거부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황 전 전무는 자신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내용으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이 맞는지, 본인이 조서 작성에 동의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조차 답변을 거부했다.

황 전 전무 뿐이 아니었다. 이날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역시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증인 신문이 무산되면서 결국 이날 재판은 1시간여 만에 끝났다. 앞서 19일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검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증언 거부 사유가 정당한지를 판단한 뒤 증인 신문 여부를 다시 결정키로 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는 본인이 증거 동의를 했기 때문에 증언 거부 사유가 안 된다"며 "증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은 "원칙적으로 조서의 '진정성립' 관련 내용도 증언거부 대상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진정성립'은 검찰 등의 조사 단계에서 작성된 문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진정성립 절차를 거쳐야 문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전 경영진들이 2012년 대법원이 내놓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고 봤다. 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당하게 증언을 거부했다면 진정성립이 안 된 서류 등은 증거로 쓰일 수 없다. 

당시 대법원은 '증언거부권'에 대해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당시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두고 증거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변호사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진정성립 문제를 포함해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진정성립이 안 된 의견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증거능력에 대해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을 때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정성립이 되지 않는 증거가 증거로 쓰이려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이에 해당한다면 증인들이 증언을 거부해도 조서나 의견서 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해당하지 않는다면 해당 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진정성립 등에 관해 진술하지 않은 것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진정성립이 안 된 서류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판례를 적용하면 재판부가 전 삼성 경영진들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조서는 증거로 쓰이지 못한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는 "전 삼성 경영진들의 증언 거부는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이들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특검의 조서가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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