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로 주식매도 못해…법원 "증권사 배상해야"

박다영 2023.05.20 09:00
/사진=대한민국 법원

증권사의 거래 시스템에 전산장애가 발생한 경우 이용자에 대한 보상액은 장애기간 동안 체결된 거래량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지난 1일 A씨가 B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총 청구금액 5228만원 중 1598여만원을 B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A씨는 B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핸드폰으로 주식매매거래를 하는 일반투자자다.

B사의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2022년 8월8일 오후 4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7시쯤까지 전산장애로 매수 주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A씨는 B사에서 개설한 해외선물계좌에 나스닥100 선물 10계약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물옵션계좌에 코스피200 선물 12계약을 보유하고 있었다. A씨는 전산장애가 종료된 직후 보유하고 있던 나스닥100 선물과 코스피200 선물을 모두 매도했다.

A씨는 MTS에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각각 하루 최고지수에 매도할 수 있었는데 B사의 전산장애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 금액으로는 일 최고 지수에 매도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금액에서 실제 취득한 금액의 차액인 5228만원을 청구했다.

B사는 A씨가 주장하는 손해 배상액이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했다. B사는 "A씨가 해당 시간대 최고지수에서 나스닥100 선물과 코스피200 선물 매도 주문을 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A씨가 주장하는 가격으로 매도 계약이 체결됐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전산장애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량에서 평균가격을 산정하면 보상액은 1598만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사의 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배상액은 B사가 산정한 금액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손해배상 입증 조건으로는 △A씨가 주장하는 시점에 매도 의사가 있었는지 △A씨가 주장하는 매도 지수가 전산장애 시간대 내 체결이 가능했는지 △전산장애 종료 후 계약이 체결돼 손해를 입었는지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고지수에 도달한 시간에 매도 주문을 시도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주식거래 체결가능성을 고려할 때 전산장애 기간 중 실제 체결된 거래의 양을 고려해 평균가격을 산정하는 B사의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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