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묻혔던 '5억 사기' 검찰 수사로 드러나…"피해자 5명, 17억 더 당해"

조준영 2024.04.18 04:00
삽화, 검찰, 검찰로고 /사진=김현정

대구 일대에서 지역주택조합 분양사무실 등을 마련해 아파트 분양권 제공을 미끼로 투자금 22억여원을 뜯어낸 사기단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지난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한 5억원대 사기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해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해중)는 피고인 A, B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 12일 구속기소 했다.

수사는 경찰이 시작했다. 60대 여성인 피해자 C씨가 2022년 5월 'A씨로부터 5억원의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했고, 대구 모 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등의 진술만 믿고 사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사업에 투자하면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B씨의 말을 피해자에게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고, B씨는 "피해자를 본 적도 없고 A씨가 투자한 자금을 부동산 사업에 사용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A씨에게 변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송치 처분을 내리면서 A·B씨가 주장한 사업 실체나 이들의 공모관계 등에 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가 이의신청했고, 지난해 5월 검찰이 사건을 맡게 됐다. 피해액이 5억원인 사건이 불송치된 것에 의심을 품은 검찰은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메시지, 사진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분양사무실 내부 사진, 홍보전단지 등을 통해 A·B씨가 공동으로 분양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실상 주범인 B씨가 A씨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았음에도 이들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진술을 맞춰 마치 A씨가 이 사업과 무관한 것처럼 거짓 진술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이들이 운영하는 분양홍보관, 분양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편취한 투자금 대부분을 개인 채무변제, 생활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차용증 등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외에도 피해자 5명이 총 17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사실이 밝혀졌다.

통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최소 5년 이상 장기간 진행되다 보니,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는 A·B씨 말만 믿고 자신들이 사기 피해를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검찰 수사결과 이들은 사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조합원은 단 한명도 모집하지 않았고 취득한 토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맡은 조현욱(사법연수원 46기) 대구지검 검사는 "보완수사로 범행 실체를 밝혀 일당 전부를 구속기소 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불송치된 사건을 면밀하게 살피는 등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민생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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