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강제로 車태워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면 '감금'

피해자가 도망가려다 숨지면 가해자 책임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8.03 09:53



강신명 경찰청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화여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계획에 반대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시위에 감금죄를 적용, 시위 학생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감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측의 △피해자를 감금하겠다는 의사인 '고의'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특정 장소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감금 행위'가 있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사람을 강제로 태워 하차 요구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계속 주행시켜 차에서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면 차량 운전자에게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99도5286)이 있다.

 

A씨는 길을 걸어가는 B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기 위해 그 앞을 가로막아 강제로 자신의 차 뒷좌석에 타게 한 뒤 원래 B씨가 가려던 곳이 아닌 다른 장소를 향해 시속 약 60~70㎞의 속도로 운전했다. 계속해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다 두려움을 느낀 B씨는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다 길바닥에 떨어져 다치면서 숨졌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차량에 감금했고, 그 감금을 벗어나려다 B씨가 죽은 것"이라며 A씨를 기소했다.

 

대법원 역시 A씨가 행한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B씨가 죽은 것이라고 판단해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감금죄는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할 경우 성립하는 죄"라며 "특정한 구역에서 못나가게 하거나 나가는 것이 매우 곤란하게 하는 행위는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이거나 상관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유형적 행위란 물리적인 힘 등을 이용해 사람이 특정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 힘을 말하며, 무형적 행위는 심리적 압박 등을 이용해 특정 구역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B씨가 걸어가는 길을 차로 막아서서 B씨가 그 차에 탈 수밖에 없는 물리적·심리적 압력을 행사했고, B씨를 뒷좌석에 태운 채 차량을 출발해 내려달라는 B씨의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했다는 점에서 B씨를 'A씨의 차량'이라는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또 "B씨가 감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량 뒷좌석 창문을 통해 빠져 나오려다 길바닥에 떨어져 상해를 입고 그 결과 숨졌다"며 "A씨가 B씨를 차량에 가둔 행위와 이로부터 도망치려던 B씨의 죽음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감금죄에서 더 나아가 감금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더한 감금치사죄를 인정했다.

 

 

◇ 판결팁= 감금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으로, 가해자가 범하려고 의도했던 범죄로 인해 더 나아가 의도치 못한 더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A씨는 '감금죄'에 있어서는 고의적인 행위가 있었지만 그 감금 행위의 과정 중 B씨를 죽게 할 것을 의도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B씨의 죽음은 A씨의 감금 행위로 인해 비롯된 것임이 명백하고,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A씨의 행위와 B씨의 죽음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A씨에게 감금치사죄의 유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한편, 우리 법원은 감금죄에서의 감금은 반드시 사람의 행동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할 정도일 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일부만 제약하더라도 성립한다고 본다. 따라서 B씨가 A씨의 차량에 탑승한 뒤 꼼짝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차량의 내부에서 이동하고 말하고, 더 나아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거나 먹고 자는 것까지 가능했다고 해도 어쨌든 B씨가 차량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감금을 당했다고는 인정되게 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76조(체포, 감금, 존속체포, 존속감금)

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81조(체포ㆍ감금등의 치사상)

① 제276조 내지 제280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276조 내지 제280조의 죄를 범하여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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