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발명가"… 특허 기술 개발하고 보상받는다

[특허 읽어주는 남자] 김주형 변리사(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김주형 변리사(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2016.10.11 18:07
애플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 (사진제공=블룸버그)


흔히 '발명가'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같은 창업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제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수많은 엔지니어들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발명가들입니다. 갤럭시폰의 홍채인식 기술을 구현한 건,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전자의 엔지니어죠. 그렇다면 이 기술의 특허권은 누구 소유일까요?

어떤 회사 소속 직원이 발명을 하면 그 발명은 당연히 회사에 귀속된다 생각하지만 이는 중간 과정이 생략된 지식입니다. 특허법 상 종업원이 직무 상 발명을 했다면 해당 발명을 특허로 출원·등록할 권리는 원칙적으로 종업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삼성전자가 홍채인식 기술 특허권을 가집니다. 그 이유는 기업과 엔지니어가 '직무과정에서 일어난 발명은 기업이 승계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맺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는 발명 기술에 대해 월급 외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을까요? 정답은 '노(No)'입니다. 발명진흥법은 직무과정에서의 발명을 기업이 승계한 경우 해당 직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보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례에서는 직무발명 보상금의 액수를 [사용자의 이익액]x[종업원의 공헌도]x [종업원의 기여율] 공식으로 산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종업원의 공헌도'는 본인이 기술의 질적인 부분에 관여한 정도를, '종업원의 기여도'는 다수의 발명가 중 본인이 참여한 정도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A라는 특허로 66억원의 수익을 낸 B기업은 직원들에게 2억원의 보상금을 주도록 하는 판례가 있습니다. 이 경우 종업원이 기여율 60%, 공헌도 5%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또 다른 지방법원 판례에서는 1억4000만원의 이익을 얻게 한 특허권에 대해 종업원의 공헌도 20%와 기여도 66.7%를 인정해 직원이 2000만원의 직무발명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물론 회사 종업원이 발명한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직무 발명인 것은 아닙니다. 컴퓨터 제조회사에 다니는 종업원이 특이한 병따개 제조기술같은 직무와 연관없는 발명을 했다면 개인 발명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를 퇴사한 이후 출원을 했더라도 발명을 한 시점이 직무 기간이면 직무 발명에 해당합니다.

자동차 와이퍼 제조회사 C기업의 개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D씨는 회사를 퇴직한 후 와이퍼에 대한 특허를 등록받아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D씨는 C기업에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경고장까지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C기업은 "D씨의 특허권이 직무발명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에서는 D씨가 회사를 퇴직한 이후에 출원을 했지만 발명을 한 시점이 C기업의 근무 기간 중이었기 때문에 직무발명임을 인정했고 C기업에 특허를 자유롭게 실시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D씨는 자신이 발명한 기술을 독점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엔지니어도 발명가입니다. 발명에 성공하면 보상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을 몰랐다간 되레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와 종업원 모두에게 합리적인 권한을 보장하는 직무발명에 대해 정확히 알아둬야겠습니다.

[Who is]
김주형 변리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했고 제일특허법인 화학부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는 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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