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법조 길들이기 논란…변협 선거개입 정황 해명요구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 법원 길들이기와 변협 선거개입 언급했다는 故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보도에 법조계·정치권 술렁

송민경(변호사), 유동주 기자 2016.11.11 12:38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뉴스1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5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김기춘은 태어나지 말아야했던 사람"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사진=뉴스1

올해 8월 작고한 김영한 전 청와대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청와대가 사법부와 대한변호사협회 선거 등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정치권 문화계 뿐 아니라 법조계까지 통제하려고 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정치권과 법조계가 들썩이고 있다.


10일 저녁 TV조선은 김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메모한 내용으로 "법원이 지나치게 강대하다"라고 중요표시와 함께 적혀 있고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길을 들이도록" 이라는 표현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법부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상고법원'으로 협상을 하라고 하는 등 법원에 대한 협상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게다가 "검찰 입장이 '갑'일 시에만"이라는 단서까지 붙었다.


아울러 "판사의 성향에 트집잡히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하라", "국가적 행사 때 법원도 국가안보에 책임있다는 멘트가 필요하다"며 법원과 판사의 성향과 사상관까지 고려하는 치밀한 지시가 이어진다.


또 지난 변협 선거와 관련해선 "애국단체의 관여가 요구된다"고 김 전 실장이 지시했다는 메모가 작성됐다. 사법부 뿐 아니라 변호사들의 대표단체인 변협 선거까지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비망록을 작석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으로 일하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후임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시기를 고려하면 김기춘 전 실장이 언급한 변협 선거는 하창우 현 협회장이 당선됐던 2015년 1월 선거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이 공개한 김 전 수석 비망록은 2014년 6월부터 210일 동안 작성된 것으로 청와대 근무기간 내내 업무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TV조선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바탕으로 한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김 전 비서실장이 자신에 대한 고발을 지시했다는 TV조선보도와 관련 "김기춘이라는 작자는 사법부까지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철저한 사실을 밝혀서 책임자 처벌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최순실 사건에 버금가는 독재의 망령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와대가 나서서 법원·사법부를 길들이고 법조3륜 중 하나인 대한변협의 선거에도 개입한 게 나타났다"며 "한마디로 청와대가 헌법을 유린한 또 하나의 엄청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스쿨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은 11일 "대한변협은 청와대발 변협선거 개입 게이트에 대해 해명하고 사실이라면 사죄하고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서 한법협은 "변협 현 집행부는 지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에 대해 회장의 독단으로 찬성 의견을 여당에 송부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른바 '청와대의 대한변협 선거 개입 의혹'에 휘말리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한법협은 지난해 10월 언론보도된 이른바 '변협 사시존치 TF 문건'도 언급했다. 당시 변협 TF문건에는 사시존치를 위한 청와대 로비 관련 내용으로 'BH'란 항목아래 민정수석과 법무비서관 그리고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면담 일정으로 보이는 계획이 기록돼 있었다.


한법협은 "변협 집행부가 청와대 비선실세의 꼭두각시들로 구성되고 운영되었을 수 있다는 스캔들은 의혹이 제기되는 자체로도 대한민국 법조 역사 최대의 치욕"이라며 "변협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해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변협 선거 게이트'가 사실이라면 현 집행부는 사죄하고 일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망록 보도에 따른 논란에 대해 이효은 변협 대변인은 "변협은 전혀 들은 적 없는 내용"이라며 "선거때 (청와대가)전혀 영향을 미친 적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변협입장에선)웃어넘기는 정도의 기사거리고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김 전 실장이 그렇게 혼자 생각을 했을 수는 있어도 저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라며 변협 관련 비망록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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