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도 '세금' 내야 하나?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전완규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6.12.08 08:4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담화는 이번이 세번째다. 이날 박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탄핵시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성사 여부와 함께 앞으로 재벌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건네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문이 사실로 밝혀질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에게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뇌물을 수수했다는 점을 탄핵사유에 포함시켰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를 보좌할 특별검사보와 파견 검사 일부가 뇌물죄 수사 베테랑인 점을 고려하면, 특별검사 또한 직권남용, 강요 혐의를 넘어 사실상 뇌물 사건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세법은 뇌물을 어떻게 취급하는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과연 뇌물을 받은 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뇌물을 받은 자에게도 뇌물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뇌물은 세법에서 위법소득의 한 유형으로 평가된다. 위법소득은 일반적으로 횡령, 수뢰 등 형사상 처벌되는 행위나 민사상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행위로 인한 소득 및 법률상 요구되는 허가 등을 받지 않고 영업을 하여 얻은 소득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판례는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를 인정하고 있고, 미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우리 소득세법은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과 같은 범죄를 통해 받은 금품을 기타소득의 한 예로 규정하면서 과세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23호, 24호). 뇌물 등과 같은 위법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가 사실상 소유자나 정당한 권리자처럼 경제적 측면에서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는다면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되어 조세정의나 조세공평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법소득에 대하여 언제나 과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예외가 있다.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로 받은 돈에 대하여 형사사건에서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져 집행된 경우에는 이러한 돈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하여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바로 예외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사후에 위법소득이 정당한 절차에 의하여 환수됨으로써 그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그때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뇌물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든, 아니면 형사사건에서 뇌물로 받은 돈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되어 세금을 부과하지 않든, 뇌물을 받은 자는 세금이나 형사처벌 어떠한 형태로든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고, 뇌물 그 자체를 고스란히 전부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뇌물은 주고 받은 자들만이 간직하고 싶은 은밀한 관계 역시 온 세상에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절대로 공짜가 없다는 말은 세법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 특히 국제조세 관련 분야이다. 그 밖에도 풍력발전사업, 토지수용 등을 포함하여 각종 일반행정에 관한 자문 및 소송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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